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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선전담변호인제 15년①] 박근혜 '격정변론' 주인공은 국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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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1심 사건의 국선변호인단. 왼쪽부터 조현권, 강철구, 남현우, 김혜영, 박승길 변호사.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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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선변호인이 없으면 피고인을 위해 법원이 국가 비용으로 변호인을 선정해주는 '국선변호인' 제도. 헌법 제12조 제4항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한다. 지난 2004년 국선변호 업무만을 전담하는 국선전담변호사 제도가 도입되면서 실질적인 제도로 자리 잡기 시작했으며, 최근 형사재판에서 국선변호인이 맡은 사건수는 꾸준히 늘어났다. 특히 2018년 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1심 결심공판에서 국선변호인들의 열정적인 변론으로 국선 이미지가 크게 개선됐고 많은 관심도 받았다. 이에 따라 <더팩트>는 법무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시행을 앞두고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때부터 인정된 '국선변호인' 제도와 2004년 도입된 '국선전담변호인' 제도의 현주소와 한계, 개선 사항 등을 살펴본 기획보도<국선전담변호인제 15년> 2편을 준비했다. 1편에서는 국선변호인제의 현황과 문제점 등을 알아봤다. <편집자주>

지난 10년 간 선정건수 증가...낮은 보수 등 한계 여전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했던 일까지 없던 일로 치부하지 말아 달라."

2018년 2월 27일.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의혹 사건의 결심공판에서 국선변호인들이 재판부에 박 전 대통령의 선처를 호소하며 한 말이다.

국선변호인 5명 중 한 명인 박승길 변호사는 검찰이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30년, 벌금 1185억원을 구형하자, 당시 막 폐막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거론하며 눈물로 호소했다.

"박 전 대통령이 수년 간 올림픽 준비를 하며 비용과 시설 문제 등을 고민했고 우리 문화와 과학기술을 세계에 알릴 기회로 여긴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박 전 대통령에게 마음으로 박수를 보냈다. 실수가 있었더라도 대통령으로서 불철주야 노력한 점, 사적 이익을 취하지 않은 점을 부디 감안해 판결해주기 바란다."

이 눈물의 결심공판을 본 사람들은 놀랐다. 의뢰인에게 큰 돈을 받는 사선변호인도 아닌, 재판부 직권으로 선임된 국선변호인이 변론을 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보기 드물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심복으로 알려진 유영하 변호사보다 변론을 더 열심히 하는 것 같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이날 국선변호인단의 최후 변론은 오후 2시 30분께부터 당초 밝힌 예상 소요 시간인 3시간을 1시간 훌쩍 넘긴 4시간 가량 이어졌다. 30분 만에 끝난 검찰의 최종의견 및 구형과 대비됐다.

최선을 다한 이들의 변론으로 국선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질 법도 하지만 여전히 "일을 대충한다"는 선입견이 만연하다. 이는 국선 변호인에 대한 구체적 정보와 인식 부족 탓도 크다.

◆국선, 사건당 보수 30만~40만원 수준

국선변호인은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경제적 이유 등으로 변호인의 적절한 조력을 받지 못하는 것을 방지하고 방어권을 보장해주기 위해 헌법 등에 의해 마련된 제도다. 헌법은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를 명문으로 규정하며, 국선변호의 헌법적 근거를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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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측 국선변호인 강철구 변호사가 지난 2018년 4월 6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이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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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조력권, 특히 국선변호 권리는 헌법상 기본권일 뿐 아니라 개별 법률로 구체화되기도 한다. 형사소송법 제33조는 피고인이 △구속된 때 △사형, 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기소된 때 △미성년자인 때 △70세 이상인 때 △농아자인 때 △심신장애의 의심이 있는 때 등 변호인을 선임하지 못한 경우 법원이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또 경제적인 이유로 변호인을 두지 못한 피고인이 요청하면 법원이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현재 국선변호인은 국선전담변호사와 일반 국선변호인 등으로 분류된다. 2004년 도입된 국선전담변호인은 다른 사건은 수임하지 않고 국선변호만 전담한다. 국선변호인 선정 및 관리, 감독 등 운영은 법원이 한다. 일반 국선변호인은 관할 법원에 등록된 변호사 중 법원이 무작위로 지정해 변론을 맡게 되며 사건당 약 30만~40만원을 보수로 지급받는다. 국선전담변호인은 개별 법원의 면접 등을 통해 법원이 고용해 건별 수당이 아닌 월정액으로 경력에 따라 월 600만~800만원과 사무실 운영비로 월 50만원을 별도로 지급한다.

국선변호인 선정 사건수 꾸준히 증가

최근 형사재판에서 국선변호인 선정 사건수는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다. 2019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국선변호인 선정사건 수(제 1심, 항소심, 상고심)는 2009년 10만 1559건에서 2018년 11만 9569건으로 일부 연도를 제외하고는 꾸준히 증가했다. 전반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2015년 12만 5356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6년(12만 1527건)부터 증가폭은 주춤하다.

2014년 국선변호인 선정건수는 12만 4834건으로 피고인 기준으로 환산하면 13만 5550명이 된다. 같은해 전체 형사공판 사건 피고인 35만 7040명 중 37.6%인 13만 4336명이 국선변호인의 변호를 받았다. 7만 9593명(22.2%)이 사선변호인을 선임했으니 나머지 40.2%(14만 3111명)는 변호인 조력 없이 재판을 받은 셈이다. 여전히 국선변호인 비중은 사선변호인 보다 크며, 도입 당시 보다 20배 이상 늘었지만 여전히 변호인 조력을 받지 못한 채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체 형사공판사건에서 국선전담변호사의 담당 사건 비율도 2006년 23.1%에서 2013년 39.3%로 증가하는 등 국선전담변호인제도 역시 최근 양적으로 크게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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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생도 선호...의뢰인 만족도 개선

현재 강간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A씨는 "증거를 스스로 구해와도 (국선변호인이)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저는 이 재판으로 인생이 왔다갔다하는데 무관심한 국선변호인때문에 재판이 2배로 힘들다"며 변호사의 잘못으로 억울하게 실형을 살까 두렵다고 밝혔다.

이처럼 그동안 국선변호인에 대한 인식은 "일을 대충한다"는 쪽이 더 많았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10초 변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변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로스쿨 제도 도입 등으로 매년 1500명이 넘는 변호사가 배출되고, 법률 시장 환경 등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면서 안정적 수임이 확보되는 국선전담변호사를 희망하는 변호사들도 급증하는 추세다. 사법연수원생과 로스쿨생 사이에선 판사와 검사, 대형로펌 다음 순위로 인기가 높아졌다.

이 때문에 국선전담변호사 선발 경쟁률은 크게 높아졌고, 높아진 경쟁률이 국선전담변호사의 질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부에 따르면 2012년 12월(6일~26일) 변론이 종결된 사건의 피고인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종결된 피의자 176명 중 76%인 134명이 '국선전담변호사'의 국선활동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이들 중 70% 가까이가 국선전담변호사가 변호활동 진행과정에서 사건내용의 쟁점 등을 잘 알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2년 뒤 2014년 조사에서는 86명의 피의자와 피고인 중 80% 가까이가 국선변호인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사건 이해도와 조언 및 상담 요청에 대한 변호인의 호응도에 대해서도 82%가 양호하다고 답했고, 상담 과정의 충실도에서도 88%가 만족스러웠다고 밝혔다.

◆낮은 보수 수준, 인력수급 등 '한계'는여전

규모가 커지면서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도 커졌다. 2004년 전담변호사제 도입 이래 양적뿐 아니라 질적 성장을 이루고 있지만 낮은 보수 수준 등 한계는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국선변호제 초기에는 일반 개업변호사들의 당번 형태 운영으로 여러 문제점과 개선의 필요성이 대두됐지만 2004년 국선전담변호사제도 시행 이후 양적인 성장과 함께 체계화가 이뤄졌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국선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은 채 재판이 진행되는 경우가 여전히 많고, 보수 수준이 매우 낮다. 그에 따른 인력 수급과 전문성 확보에 지장이 많다. 특히 변호인의 선발 및 관리뿐 아니라 평가와 보수까지 법원이 지급하는 등 법원에 종속된 측면도 한계로 지적된다. 재판장이 분기별, 반기별로 국선변호인 활동 평가서를 작성해 법원장에게 제출하는데, 이 평가서는 이듬해 국선변호인 예정자 명부 지정시 참고 자료로 활용된다. 구조상 변호인이 재판부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어 독립성 보장이 어렵다.

최근 법원이 선발한 신규 국선전담변호사의 50% 가량이 로클럭(재판연구관) 출신 변호사로 특혜 의혹도 뒤따른다. 2014년 국선전담 변호인 신규 선발에서 로클럭 출신은 26명으로 전체 선발 인원 중 42%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24명이 자신이 소속됐던 고등법원의 국선전담변호사로 선발됐다. 이에 따라 법원이 로클럭 출신에게 경력법관 임용에 유리한 법조경력을 부여하기 위해 국선전담 변호사로 선발하는 등 특혜를 주고 있다는 잡음도 나왔다.

법무부가 도입 추진 중인 형사공공변호인제도도 논란거리다. 무거운 범죄는 피의자가 수사 단계부터 국선 변호인의 조력을 받게 한다는 좋은 취지이지만, 현재 국선변호인 제도와 겹칠 수 있고, 법무부 산하 법률구조공단이 운영 주체가 돼 피의자의 수사(검찰)와 변호(법률구조공단)를 모두 정부기관이 독점하게 된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찬희 대한변협 회장은 "도입 15년째를 맞은 국선변호인 제도에 대한 선발의 공정성 및 충분한 보수 등 개선이 필요한 시점에 갑자기 법무부가 국선변호인제도와 중복되거나 업무영역이 중첩될 수 있는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취지가 좋다 하더라도 변호사 업계가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만큼 충분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공론화 절차를 거쳐 결정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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