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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이슈 [연재] 뉴스1 '통신One'

[통신One]"쓰레기 없는 우리 동네, 내가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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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어른이 함께 ‘쓰레기 제로(0)’ 실천

[편집자주]정통 민영 뉴스통신사 뉴스1이 세계 구석구석의 모습을 현장감 넘치게 전달하기 위해 해외통신원 코너를 새롭게 기획했습니다. [통신One]은 기존 뉴스1 국제부의 정통한 해외뉴스 분석에 더해 미국과 유럽 등 각국에 포진한 해외 통신원의 '살맛'나는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현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생생한 이야기, 현지 매체에서 다룬 좋은 기사 소개, 현지 한인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이슈 등을 다양한 형식의 글로 소개합니다.

뉴스1

사라리즈가 친구와 낡은 양말로 수세미를 만들고 있다.© 정경화 통신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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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노블=뉴스1) 정경화 통신원 = 프랑스 그로느블 근교 도시인 코렁 시에 사는 사라리즈 랑(10)은 얼마 전 한 어린이 잡지를 보고 엄마에게 마르세유 비누 부스러기 한 통, 소다와 뜨거운 물을 갖고 세탁용 세제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오래전부터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소비 습관을 바꾼 사라리즈의 엄마는 식기 세척용과 세탁용 세제 원재료들을 종이포장지나 유리병에 담아 구매해 만들어쓴다. 시판제품에 익숙해져 있던 사라리즈 가족이 처음 직접 세제를 만들어 쓰는 일은 어려웠지만, 한 번 만들어 두면 오래 쓸 수 있고 세제의 구성성분도 알 수 있어서 안심까지 돼 이제 더 이상 힘든 일이 아니다.

맞벌이를 하는 사라리즈의 부모는 2~3일에 한 번 저녁에 시간을 쪼개 일주일치 아이들 간식을 직접 만든다. 이 부부가 시판 중인 편리한 제품들을 거절하고 굳이 원재료를 구매해 만들어 먹는 이유에 대해 사라리즈 엄마는 "과자의 플라스틱이나 비닐 포장지를 줄이기 위해"라고 말했다. 이어 "간식거리에 들어가는 초콜릿이나 밀가루 등의 원재료를 사기 때문에 경제적이고 설탕도 덜 들어가 아이들 건강도 지킬 수 있으니 일석삼조"라고 말했다.

사라리즈의 엄마는 퇴근길 시장에 들러 채소와 과일을 사서 고리바구니에 담아 오기 때문에 플라스틱 봉지를 쓸 일이 없다. 예전에 쓰레기의 절반을 차지하던 음식물 쓰레기도 퇴비로 만들어 쓰기 때문에 이 집의 쓰레기는 청소할 때 나오는 먼지가 거의 대부분이다. 분리수거를 하고 나면 다섯 식구가 살고 있는 사라리즈 집에서는 일반쓰레기 봉투 한 장을 2주에 한 번 꽉 채워 버리기도 어렵다.

사라리즈네 집처럼 처음부터 쓰레기를 발생시키지 않으려고 작게나마 실천하는 가정과 업소들이 점점 늘고 있다.

그르노블 근교도시인 라 트롱쉬 시에 위치한 델 베치오 빵집에서는 '쓰레기 제로(0), 지구를 함께 지킵시다' 쿠폰을 손님들에게 나눠준다. 이 빵집 주인은 바게트를 팔 때 쓰는 종이봉투를 줄이기 위해 손님들이 직접 갖고온 가방이나 봉투에 빵을 담아가면 쿠폰에 도장을 찍어준다. 도장이 일곱 번 찍히면 크루아상을 무료로 준다.

그르노블에 위치한 한 엔지니어링 회사에 다니는 가엘 베나(35)는 부서에서 공동으로 쓰는 캡슐커피머신을 대체할 원두커피머신을 구입하자고 동료들에게 제안했다. 캡슐 쓰레기가 안나오게 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서로 조금씩 자비를 모아 원두커피머신을 장만해 쓰고 있다. 얼마 후 옆 부서에서도 캡슐커피머신을 치우고 원두커피머신을 구매했다.

사라리즈와 같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폴린(7)은 수업 중 '쓰레기 제로'라는 책을 학급 친구들에게 소개했다. 생활 속에서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에서부터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물건들을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 등도 소개하는 이 책은 코렁 시 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인기다. 사라리즈 친구들은 구멍이 난 낡은 양말을 가위로 오리고 엮어 금방 수세미를 만들어 낸다.

의사로 재직 중인 사라리즈 엄마는 배달된 우편물 봉투들을 펼쳐 모아 둔다. 부모들이 진찰을 받는동안 아이들이 옆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잘 기다릴 수 있도록 이 재활용된 봉투를 나눠준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말까지 파리 시장은 '쓰레기 없는 파리시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파리 10구의 파라디 가(街)를 시범 지역으로 선정했다. '제로 웨이스트' 단체의 도움으로 '화장품 직접 만들기'와 '물건 재활용하는 방법 배우기' 등 쓰레기 줄이기에 관련된 다양한 교육 및 아틀리에(작업실)가 제공된다. 또 분리수거장 견학 등을 통해 이 길에 상주하는 상인들, 직장인들과 주민들이 쓰레기 줄이기에 관심을 갖도록 애쓰고 있다.

한 예로 이 거리에 있는 르 벨 올디네르 식당은 요일마다 손님의 수에 따라 그날 팔 정식 개수를 정하고, 전날 못 판 음식은 수프 등으로 새로 조리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인다. 이에 대해 식당 매니저는 "옛날에 할머니들이 주방에서 하던 것처럼 요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리 시장 말에 따르면 작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이 거리의 쓰레기가 많이 줄어들어 이 프로젝트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거리에 위치한 파라디 유치원 원장은 학부모들이 초반에 프로젝트 참여에 소극적이어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 유치원 부모들은 고등교육을 받은 이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섞여있다. 이들 모두가 쓰레기 줄이기를 우선으로 두지는 않는다. 의사로 재직중인 사라리즈 엄마와 박사학위를 취득한 연구원인 폴린의 아빠는 쓰레기 제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범적인 사람들이지만, 이 도시의 모든 주민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파리의 파라디 유치원도 '잔반 제로' 도전에 도전하고 축제때 플라스틱 병, 컵과 식기를 사용하지 않기로 하는 방안을 실천하면서 서서히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 유로스타트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프랑스 주민들이 버린 쓰레기양은 한 명당 514킬로그램(㎏)으로, 유럽국가들 평균인 486㎏보다 많다. '쓰레기 제로' 삶에 도전하는 프랑스인들은 자신들의 선한 영향력이 점점 프랑스 전역으로 뻗어나가 '쓰레기 줄이기'에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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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제로’를 실천하기 위해 되도록 유리 용기 등을 사용한 음식물 저장실©정경화 통신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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