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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남측 시설 들어내라”던 북한, 중국엔 “관광 협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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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추파 중국 랴오닝성 당서기 방북 때

김영재 북한 대외경제상이 협력 요청

인민일보는 스토리텔링의 방북기 실어

중국인의 대북 관광 욕구 크게 자극

금강산에서 “남측 시설을 들어내겠다”는 북한이 중국엔 관광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 영자지 글로벌타임스가 12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김영재 북한 대외경제상은 최근 북한을 방문한 천추파(陳求發) 중국 랴오닝(遼寧)성 당서기에게 관광 협력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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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 압력을 피하기 위한 돌파구를 관광, 특히 중국인 관광 유치에서 찾고 있다. 사진은 단둥의 중조우의교. [AP=연합뉴스]


천추파 서기는 북·중 지방 교류협력 차원에서 북한 노동당 평안북도 위원회의 초청으로 지난 6~9일 북한을 찾았다. 천 서기는 문경덕 평안북도 당위원장은 물론 이수용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과 김영재 대외경제상 등 북한의 고위급 인사들을 잇달아 만났다.

글로벌타임스는 천 서기가 이 자리에서 무역과 인적 교류 강화, 농업 협력 추진, 민생 교류 촉진, 관광 협력 등 4대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영재 대외경제상은 관광과 농업, 보건 분야에서 북·중 협력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김영재 대외경제상의 발언과 관련해 베이징 소식통은 “북·중 간 협력 방향의 방점이 관광에 찍혀 있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제재에 직면해 있는 북한이 외화벌이의 주요 돌파구로 관광, 특히 중국의 대북 관광을 계획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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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민일보는 12일 북한 방문기에서 평양의 여명거리엔 고층빌딩이 즐비하다고 소개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도 이날 “(북·중) 우의의 나무를 공동으로 재배하자”는 제하의 인민일보 대표단 북한 방문기를 국제면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큼지막하게 보도하며 중국인의 북한 관광 열기에 힘을 보태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인민일보는 중국인의 북한 관광 시 최우선 고려 사항인 중국의 항미원조(抗美援朝, 미국에 대항하고 북한을 도운) 전쟁 코스를 평양과 판문점, 개성을 따라 비교적 감성적으로 소개해 중국인의 북한 방문 욕구를 자극했다.

평양에서는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여 영원하여라”는 글이 쓰인 우의탑을 찾고 판문점에서는 안내원으로 나온 북한 장교로부터 “북·중 양국 군민이 위대한 승리를 거둔 시각을 느껴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개성에서는 1만 5000여 중국 인민지원군이 잠들어 있는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 능원’을 방문해 “중국의 열사는 바로 북한의 열사”라는 설명을 듣게 된다. 특히 인민일보가 전하고 있는 평양 거리 곳곳에 심겨 있는 삼나무에 얽힌 비화는 중국인의 방북 관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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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민일보는 12일 국제면 오른쪽 3분의 1을 할애한 '우의의 나무를 공동으로 재배하자'는 제하의 글에서 중국과 북한의 우의를 강조했다. [중국 인민망 캡처]


평양의 거리를 걷다 보면 오래되고 큰 삼나무가 울창하게 자라 그늘을 만들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는데 이 삼나무들은 한국전쟁이 끝난 뒤 중국이 김일성 전 북한 국가주석에게 선물한 것이라고 한다.

김일성 주석이 삼나무를 좋아해 자신이 일하는 곳에 심었으며 이후 중국에서 삼나무 묘목이 많이 들어와 오늘날 평양의 울창한 삼나무 거리를 형성하게 됐다는 것이다. 기사 제목인 공동 재배해야 할 우의의 나무는 바로 삼나무란 이야기다.

북·중 우의 강화를 위한 이 같은 스토리텔링이 중국인의 북한 관광을 자극할 건 분명하다. 지난 6월 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을 방문한 이후 중국에선 북한 관광 붐이 일어 단둥-평양행 기차표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나왔다.

지난해엔 북·중 국경 지역의 당일치기 또는 1박 2일 관광 상품이 등장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틈'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북한은 내년 4월을 목표로 원산-갈마 지구를 대대적인 관광지로 개발 중이며, 삼지연과 온천 지역도 리모델링하고 있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들 지역과 최근 북한이 금강산 지역에서 남측 시설물을 철거하고 자체적으로 시설물을 건설키로 한 건 중국 관광객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익명을 원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관광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대상이 아니다"며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진전을 보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중국 관광객 끌어들이기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날이 쌀쌀해지며 전통적인 북한 관광 비수기로 접어들고 있다는 일부 외신 보도가 있으나 중국의 경우 단체 관광 행선지를 쉽게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향후 북·중 관광 협력이 북한 경제의 숨통의 틔워주는 역할을 하게 될지 관심을 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서울=정용수 기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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