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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1.7조 원 軍 트럭 사업 의혹과 방사청의 '디브리핑' 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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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두돈반', '육공 트럭'으로 불리는 2½톤 군용 트럭과 5톤 트럭을 대체할 차세대 군용 중형 표준차량 및 5톤 방탄킷 차량 통합 개발용역 사업의 주인공이 결정됐습니다. 40년 동안 군용 2½톤 트럭과 5톤 트럭을 독점 공급했던 기아자동차입니다. 개발용역 사업이니 기아자동차는 명목상 개발 권한만 얻었지만 개발한 업체가 통상 양산도 맡는 법이어서 사실상 전체 사업권을 획득한 셈입니다.

한화디펜스는 간발의 차이로 쓴잔을 마셨습니다. 다연장로켓과 탄도미사일 발사차량, 장갑차 등 대형 군용 특수차량 개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한화디펜스이지만 기아자동차의 40년 기득권과 자동차 전문그룹의 마케팅 및 기술력을 뛰어 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육군의 두 회사에 대한 평가의 뒤끝이 개운치 않습니다.

두 회사의 사업 제안서 평가는 블라인드(blind) 방식이어서 사전에 차량의 제원이 알려지면 안되는데 기아자동차는 평가에 앞서 대대적인 홍보와 전시를 통해 자사 차량의 제원을 널리 알렸습니다.( ▶ [취재파일] 차세대 2½톤 軍트럭 사업 돌입…기아차 '룰' 무시) 공정성을 크게 훼손해 제안서 평가에서 감점의 소지가 높았는데도 기아자동차가 감점됐는지는 현재로선 불명확합니다. 기아자동차는 무사통과하고, 오히려 사소한 이유로 한화디펜스가 감점됐다는 의혹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나랏돈 1조 7천억 원이 투입돼 1만 5천 대 가량 생산하는 초대형 사업인데 육군은 사업자 선정 결과를 발표하지도 않고 있습니다. 풍문을 찾아 듣고, 육군에게 물어야 기아자동차가 1순위로 선정됐다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사업을 개시한다는 내용도 육군은 공식적으로 밝힌 적 없습니다. 큰 경사일 텐데 기아자동차도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부적격 업체를 적격으로, 적격 업체를 부적격으로 둔갑시키는 건 대부분 제안서 평가와 같은 과정에서 일어납니다. 육군의 이번 차세대 2½톤 트럭 및 5톤 방탄킷 차량 통합 개발용역 사업처럼 '깜깜이' 평가로 진행하면 스스로 비리의 가능성을 키울 뿐입니다. 그래서 제안서 평가 과정을 전면 공개하는 방위사업청의 디브리핑(debriefinng) 제도가 육군의 차세대 2½톤 사업과 극명하게 대비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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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자동차, 한화디펜스 중 어느쪽이 감점?

차세대 군용 2&frac12;톤 트럭 및 5톤 방탄킷 차량 통합 개발용역 사업의 제안서 마감은 지난 9월 26일이었습니다. 기아자동차는 제안서 마감 이튿날인 9월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자사의 차세대 2&frac12;톤과 5톤 군용 트럭을 널리 홍보했습니다. 새로워진 2&frac12;톤과 5톤 군용 트럭의 사진과 함께 각종 제원들을 공개했습니다.

10월 15~20일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아덱스 2019)에는 아예 실물 차량들을 내놨습니다. 동아시아 최대의 방산 전시회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자리여서 노골적인 광고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제안서 평가는 위원들이 어느 회사 차량의 제안서인지 알아채지 못하도록 블라인드 방식으로 치러지는데 기아자동차는 제안서 평가에 앞서 차량의 특징을 만천하에 공개한 겁니다.

제안서 평가는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진행됐습니다. 업체들이 각각 작성한 1만 페이지 넘는 제안서를 10명 미만의 평가위원들이 단 사흘간 점검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실물 평가도 없었습니다. 1조 7천억 원대가 오고가는 사업치고는 평가가 너무 단촐해 보입니다.

기아자동차는 평가의 공정성을 훼손한 행위로 감점이 불을 보듯 했습니다. 하지만 기아자동차가 감점됐는지에 대해 육군의 고위 관계자는 "공정하게 평가했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한화디펜스가 블라인드 평가의 공정성 훼손과 관련된 황당한 트집이 잡혀 감점됐다는 말도 국방부 주변에서 돌고 있습니다. 육군 관계자는 "평가가 공정했다는 점을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고 강조할 뿐입니다.

● 방사청의 디브리핑과 이중 안전장치인 방추위

방사청은 지난 9월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업무 지침을 개정해 디브리핑 제도를 전면 시행하고 있습니다. 제안서 평가 결과의 세부 항목별 점수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업체가 요청하면 평가 사유까지 설명하는 제도입니다.

차세대 군용 2&frac12;톤 사업처럼 제안서 평가 과정에서 적정하게 점수를 매겼는지 의문이 생기면 업체는 방사청에 디브리핑을 요청하고 방사청은 평가 사유를 공개해야 합니다. 이에 따라 평가 위원들은 실수 또는 비리를 저지르기가 어려워집니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가 최근 실시한 방산업체 여론조사에서도 88개 업체 중 56곳(63.7%)이 디브리핑 제도에 만족한다고 답했습니다. 디브리핑을 통해 점수의 상세 내역과 사유를 파악하게 되면 업체들도 결과에 승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방사청이 주관하는 무기 도입 사업은 여야가 각각 추천한 위원들이 참가하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를 단계별로 거쳐야 합니다. 방추의의 심의, 의결 사항은 모두 언론을 통해 발표됩니다. 비리 예방을 위한 이중의 거름망입니다.

하지만 육군의 이번 차세대 군용 트럭 사업은 디브리핑 같은 평가 검증 제도도 적용되지 않았고 방추위도 거치지 않습니다. 한화디펜스가 평가 내역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했지만 육군이 응할지도 미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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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조 7천억 원대 사업을 이토록 은밀하게…

이번 사업의 제안서 평가 결과는 지난 8일 최종 확정됐습니다. 작은 점수 차로 기아자동차가 제안서 평가에서 1순위 업체로 선정됐고 한화는 2순위 업체가 됐습니다. 육군본부가 제안서 평가 결과를 발표하지 않는 바람에 관심 있는 사람들만 물어물어 확인하는 실정입니다.

기술점수는 기아자동차 75.53, 한화디펜스 74.62로 기아자동차가 0.91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격 점수는 두 회사 모두 17.00으로 같았습니다. 결국 기술점수 0.91점 차이가 승패를 갈랐습니다.

육군은 당연히 보도자료를 낼 줄 알았습니다. "기아자동차가 차세대 2&frac12;톤과 5톤 군용 트럭의 사업자로 선정됐다", "2024년까지 개발을 마친 뒤 새로운 2&frac12;톤과 5톤 군용 트럭 1만 5천대를 양산해 공급한다", "기아자동차의 군용 트럭은 이러저러한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등의 정보를 언론을 통해 알리는 게 나랏돈 쓰는 기관의 의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육군은 "개발 실패 가능성도 감안해야 하고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이라며 발표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기아자동차도 안정적으로 큰 수익이 보장되니 회사 이미지에도 좋고 주가에도 호재입니다. 그런데 조용합니다. 제안서를 제출하자마자 대대적인 홍보와 광고를 하며 사업 의지를 불태웠던 지난 9~10월의 기아자동차가 다른 회사로 보일 정도입니다. 기아자동차 측은 "정식 계약을 하면 홍보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애초에 기아자동차의 우세가 유력했지만 이런저런 잡음들이 새어나오다 보니 "과정은 공정했고 결과는 정의롭다"고 말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또 육군과 기아자동차 모두 함구하고 있어서 세간의 시선은 차세대 2&frac12;톤과 5톤 군용 트럭 사업을 빗겨가고 있습니다.

1조 7천억 원이면 스텔스 전투기 F-35A 17대 값입니다. 초대형 사업인데도 육군 사업 평가의 투명성은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육군이 두 회사의 기술점수 내역과 감점 여부를 상세히 공개하지 않는다면 이번 사업은 두고두고 말썽을 일으킬지도 모릅니다.
김태훈 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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