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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복지성 일자리, 성장없는 고용 ‘한국병’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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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엔진 제조업 취업자는 감소

불황 속 ‘고용통계 개선’ 착시효과



재정 만능주의 그만 <상>



중앙일보

노인 일자리 사업의 70%는 하루 2~3시간 일을 하고 평균 월 27만원을 받는 단기 일자리다. 노인 일자리 모집 행사에 참여한 한 노인이 취업 안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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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문이 한국 경제 성장에 기여한 정도는 올해 1분기를 기점으로 민간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3분기 정부의 성장 기여도는 1.6%포인트, 민간은 0.3%포인트로 차이가 더 벌어졌다고 발표했다.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국가주도형 성장을 추구했던 군사정부 시절에도 정부의 성장 기여도가 민간보다 높았던 적은 없었다”며 “올해는 ‘정부 의존 경제’의 원년으로 내년에도 이런 추세를 벗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이 무색하게 올해부터 경제 권력은 정부로 넘어온 모양새다. 일자리·소득 지표를 끌어올리기 위해 투입된 예산은 ‘고용 유발 효과는 좋지만, 수익성은 낮은’ 업종에 집중되면서 ‘성장 없는 고용’이라는 신(新)한국병을 낳고 있다.

중앙일보는 12일 지난해부터 올해 9월까지 집계된 통계청 고용 통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지난해부터 취업자 감소가 뚜렷한 업종은 제조업과 도·소매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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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지출 1조원 증가가 그해 GDP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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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성장 엔진’인 제조업은 지난해 8월 이후 올해 9월까지 18개월 연속 취업자가 줄었다. 핵심 유통 산업인 도·소매업도 2017년 11월부터 취업자가 줄기 시작해 올해 5월을 제외하고 계속 감소했다.

올해 들어 취업자가 꾸준히 늘었던 업종은 음식·숙박업과 보건·사회복지, 부동산업 정도다.

노인 단기 일자리 사업 등 정부 재정에 의존한 ‘일자리 정책’이 본격화한 올해부터는 성장률은 저조한 가운데, 고용률·실업률·취업자 수 등 고용지표만 좋아지는 모습을 띤다. 이는 돈벌이는 안 되지만, 일자리 증대 효과가 높은 업종에 재정지출이 집중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란 해석이다. 대표적인 영역이 사회복지다. 이 분야는 영업이익률이 -4.3%인 ‘적자 업종’이다. 그러나 이 분야 취업 유발 계수는 36.97명으로 모든 산업을 통틀어 가장 높다.

전문가들은 감세와 규제 완화로 시장의 활력을 높여 고용과 소득이 늘어나는 ‘선순환’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제 성장의 결과인 고용·소득 지표 개선을 위해 예산을 집중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경기 부진 속에서 고용지표만 튀어 오르는 기형적 구조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수익 산업 위주로 고용이 몰리는 현상을 두고 고용의 질이 좋아졌다고 보긴 어렵다”며 “고부가가치 산업이 전체 국가 경제를 이끌어가는 구조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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