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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현장에서] 솽스이, 앱만 깔아도 환영 선물…코세페, 연회비 내야 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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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술 판치는 국내 최대 쇼핑축제

찔끔 할인…정가 올려 많이 내린 척

가격·쿠폰·배송 모두 중국에 밀려

중앙일보

중국 알리바바는 솽스이 행사 11일 하루 동안 44조8000억원의 거래액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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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고 샀건만…봉이 김선달하고 뭐가 다른 겁니까? 이거 사기입니다.”

11번가가 11일을 맞아 진행한 ‘11번가의 날’ 행사에서 불만을 가진 소비자(아이디 bobi***)가 이날 행사 상품 반품을 요구하며 11번가에 게시한 글이다. 11번가는 SK그룹 계열 이커머스 기업이다.

11번가의 날은 ‘2019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 행사의 일환이다. 국내 최대 쇼핑 축제가 중반으로 접어들었지만 소비자는 유통기업의 상술에 불만을 터뜨린다. 11번가는 11일 SPC그룹의 제빵 매장 파리바게뜨에서 1만원 상당의 제품을 배달할 수 있는 쿠폰을 판매했다(89% 할인). 별도 애플리케이션 2개 설치·가입하고 할인쿠폰을 구하면, 이번엔 배달 애플리케이션에서 1만2000원 이상을 배달할 경우에만 2000원 상당의 쿠폰 1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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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기간 알리익스프레스가 1000원도 안 되는 가격에 판매한 액세서리. [사진 알리바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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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실을 깨닫기 위해서는 쿠폰을 등록해야 하는데, 쿠폰을 등록하고 나면 환불이 불가능하다. 이 쿠폰을 산 소비자가 “출근길 만원 지하철에서 욕이 튀어나오더라”며 하소연한 배경이다. 이 상품은 11일 오전에만 100명이 넘는 소비자가 반품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11번가는 “소비자가 유의사항을 제대로 보지 않고 구매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코세페에 불만은 이뿐이 아니다. ‘최대 90% 할인’ 광고 배너가 난무하지만 막상 따져보면 고가 제품을 살 때나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예컨대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G마켓에서 20% 할인받으려면 ▶4일 이내(11월 12일까지)에 ▶연회비 3만원을 내고 ▶회원 가입(스마일클럽)을 한 뒤 ▶5만원 이상 사야 한다. 이에 대해 G마켓은 “회원 가입 절차가 번거롭긴 하지만 가입 직후 스마일캐시(3만7000원 상당)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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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강호동(앞줄 오른쪽)씨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앞줄 왼쪽)이 2019년 코리아 세일페스타를 홍보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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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를 올려서 할인하는 수법도 여전하다. 쿠팡은 11일 코세페를 맞아 정가 29만9000원짜리 패딩을 69% 할인해 8만9900원에 판매했다. 하지만 이 상품은 코세페 전인 10월부터 네이버쇼핑에서 원래 5만9900원에 판매하던 제품이다. 코세페 기간에 사면 원래 가격보다 150%(3만원) 비싼 가격에 덤터기를 쓰는 셈이다.

코세페가 한창인 11일 이웃 나라 중국에서도 국가 최대 쇼핑 축제 솽스이(雙11·11월 11일)가 열렸다. 알리바바그룹의 온라인 쇼핑몰(알리익스프레스)은 애플리케이션을 처음 설치하면 1달러(1200원)에 1개의 제품을 제공한다. 정가 1만원 이내의 저렴한 제품이긴 하지만 아이디당 1개의 제품을 거저 주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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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기업 쿠팡이 코세페 기간 판매한 패딩이다. 행사 기간 69%를 할인한다고 표기했지만 실상은 10월에 네이버쇼핑에서 판매한 동일 제품 가격보다 비싸다. [쿠팡·네이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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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경쟁력도 상당했다. ‘광군제’로도 불리는 이 기간에 판매하는 패션의류·잡화 등 보세제품과 중국산 정보기술(IT) 기기, 가정용품 가격은 한국 코세페의 절반 수준이다. 배송 정책도 합리적이다. 불과 몇백원짜리 제품도 최대 두 달 이내의 배송기간을 감내한다면 무료배송이 가능하다. 제품을 빠르게 받아보고 싶다면 일정 금액의 배송비를 지불하면 된다. 한국은 제조사·이커머스가 배송 정책을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쿠폰 혜택도 실질적이다. 코세페처럼 특정 카드 지정을 요구하지 않는다. 또 업체가 발행한 쿠폰과 이커머스가 발행한 쿠폰을 중복 할인하는 경우가 많다. 브랜드보다 실용성을 선호하는 소비자는 당연히 광군제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알리바바는 11일 하루 만에 매출 2684억 위안(약 44조8000억원)을 달성했다.

이에 대해 코세페추진위원회는 “코세페는 할인율보다 다양한 제품을 비교·선택하는 합리적 소비 기회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합리적’이라는 용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여전히 의문이다. 최소한 배신감은 주지 말아야 코세페가 말하는 합리적 소비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다.

문희철 산업1팀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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