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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양성희의 시시각각] 넷플릭스 시대를 건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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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글로벌 OTT 전쟁 격전지

우리도 방통융합 승인, 채비 갖춰

콘텐트 경쟁력 강화만이 나갈 길

중앙일보

양성희 논설위원


공정거래위원회가 통신사 SK텔레콤의 인터넷TV(IPTV)인 SK브로드밴드와 케이블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 티브로드의 합병, LG유플러스(통신사)의 CJ헬로(케이블SO) 인수합병을 동시 승인했다. 역대급 ‘방통융합’이다. 유료방송시장이 통신사 빅3 중심으로 재편된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 9월 지상파 3사 연합(‘푹’)과 손잡고 ‘한국의 넷플릭스’를 표방하는 OTT(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웨이브(Wavve)’를 출범시켰다. 인터넷 기반, 통신사 중심의 방송시장 재편이란 미디어 빅뱅이다.

이번에 공정위는, 독과점이 우려된다며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불허했던 3년 전 결정을 뒤집었다. 내수시장을 과점하는 통신사들조차 넷플릭스·유튜브 같은 글로벌 플랫폼·콘텐트 기업과 치열한 경쟁에 내몰려, 몸집을 부풀리는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결과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3년 전과 달리 유료방송 시장이 디지털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됐다”며 “혁신 경쟁을 촉진하고 방송통신사업자가 급변하는 기술 환경 변화에 적시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당 기업결합을 승인하게 됐다”고 밝혔다.

급변하는 기술환경 변화의 대표주자는 단연 넷플릭스로 상징되는 OTT 서비스다. 전 세계 190개국 1억6000만명의 유료 가입자를 자랑하는 넷플릭스는 ‘빈지 뷰잉(몰아보기)’ 같은 새로운 시청습관을 정착시켰고, 플랫폼을 넘어 콘텐트산업 강자로 자리 잡았다. 국내서도 지난달 유료 가입자가 200만명, 가입자의 69%가 2030이었다(와이즈앱). 무엇보다 연간 8조원을 오리지널 콘텐트 제작에 쏟아붓는 ‘콘텐트=마케팅’ 전략이 주효했다.

그런 넷플릭스 독주에 최근 제동이 걸렸다. 막강한 콘텐트 라인업을 갖춘 후발 OTT들의 등장이다. 아마존, 훌루 등 기존 OTT에 더해 ‘콘텐트 명가’ 디즈니(‘디즈니플러스’), 애플(‘애플TV플러스’)이 가세했다. 내년에는 ‘HBO맥스’(워너미디어), ‘피콕’(NBC유니버설) 등도 등장한다. 후발주자들이 ‘프렌즈’‘오피스’ 같은 인기 시리즈, 디즈니·마블 영화들을 넷플릭스에서 빼면서 넷플릭스 주가까지 요동치는 등 여파가 적잖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는 이처럼 대형 스튜디오들이 자기 콘텐트를 무기로 하나의 플랫폼 겸 채널(OTT)이 되고, 소비자는 그중 몇 개를 골라 보는 쪽으로 소비환경이 변모할 것이라 관측한다. 관건은 소비자의 돈. 한 달에 얼마 요금을 낼지에 따라 OTT 구독 내용이 달라지는 식이다.

세계는 OTT 전쟁 중이고, ‘혁신의 아이콘’ 넷플릭스조차 언제까지 일등일 수 없는 무한 경쟁 시대다. 후발 OTT들의 국내 상륙이 몰고 올 변화도 만만찮다. 이번 공정위 결정으로, 자칫 글로벌 경쟁에 맞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을까 했던 업계의 절박함은 어느 정도 해소됐다. 이제는 업계가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야 한다. 박근혜 정부 때 방통위는 ‘한국판 유튜브를 만들자’는 슬로건을 내걸었으나 실패했다. 이번에 ‘한국판 넷플릭스를 만들자’며 지상파 3사와 통신사가 뭉친 웨이브는 출시 두달이지만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중평이다. 구호나 당위만으로 되는 것은 없고 결국 양질의 콘텐트만이 해법이란 것은 자명한 얘기다.

혁신은, 또 정부의 지원은 기존 사업자의 이해를 보호하는 차원이 아니라 새로운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정확히 읽고, 한국 콘텐트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2008년 IPTV 출범 이후 10여년간 통신사들이 망 사업자로 쉽게 돈을 벌면서 정작 콘텐트 제작투자 등 시장 발전에 별로 기여한 바 없다는 따가운 지적이 나왔다. 또 산업 경쟁력 강화는 필요하지만 산업논리만 앞세워 저가 케이블 상품 폐지, 요금 인상 등 시청자 선택권이 침해되서는 곤란하다. 글로벌 OTT는 국내 플랫폼사업자에게는 적이지만 콘텐트사업자에게는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의 대처가 보다 정교해져야 하는 이유다.

양성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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