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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의료] "원팀으로 환자 돌보는…최상의 `케어기버` 시스템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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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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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이 생기면서 환자가 고객이 됐습니다. 당시만 해도 병원과 병원 구성원, 의료진과 환자 사이가 '갑을 관계'였어요. 입원하려면 무작정 기다려야 했고 촌지를 주는 일도 있었습니다. 젊은 의사가 나이 많은 환자에게 반말을 했고요. 그러나 삼성서울병원은 개원과 함께 기다림, 보호자, 촌지 없는 의료경영을 했습니다. 다른 병원들로부터 불만도 많이 들었지만 한국 진료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꿨습니다."

이달 9일 개원 25주년을 맞는 삼성서울병원 권오정 원장(62)이 30대 중반이던 1994년 개원 멤버로 참여해 동고동락을 함께했던 지난날을 이같이 회상했다.

새로운 25년을 준비하는 삼성서울병원은 또 한번 변화를 예고했다. 병원 전 구성원 호칭을 '선생님'으로 단일화하고 모든 직종을 '케어기버(Caregiver)'로 새롭게 정의했다. 권 원장은 "케어기버는 환자가 병원을 선택하는 순간부터 퇴원할 때까지 '환자경험'을 강조한 말로, 직원 모두가 환자에게 최상의 치료 성과를 제공하는 최고의 전문가라는 것을 뜻한다"면서 "의사와 간호사, 약사 등 의료직뿐만 아니라 환자가 병원 입구에 들어서면서 만나는 모든 직원이 '원팀'이란 자긍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를 중심으로 모든 임직원이 상호존중하고 협력하는 조직문화를 구축하겠다는 얘기다. 권 원장은 "병원문화가 그동안 많이 개선됐지만 도제식·수직적 관계가 일부 남아 있다"며 "삼성서울병원이 이제 직원 간 수평적인 병원문화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권 원장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어려웠던 2015년 10월 15일 취임해 올해로 4년째를 맞았다. 이제 병원은 신뢰를 되찾았고 직원들은 마음의 상처를 딛고 자존심을 회복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암 생존율과 중증질환 치료율이 가장 높은 병원으로 입지를 굳혔다. 올해 매출액은 1조2000억원, 하루 외래환자는 평균 9500명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급변하는 의료환경을 맞아 삼성서울병원 역시 4차 산업혁명 대비와 함께 포화상태인 병원 신·증축, 의료산업 주도 등과 같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권 원장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했고 폐질환(호흡기내과) 명의로 손꼽힌다. 그는 1991년 3월부터 3년 동안 영국왕립 브롬턴병원에서 연수했으며 귀국 후 삼성서울병원 개원에 한몫했다. 호원경 서울대 의대 생리학교실 교수가 부인이며 2011년 작고한 소설가 박완서 씨가 장모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문재인 케어'로 환자의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주변 의료기관과 삼성서울병원 간 상생 해법은.

▷의료환경은 크게 바뀌고 있다. 특진비가 없어졌고 2~3인용 병실료 등에도 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예전보다 자부담금이 저렴해졌지만 가격 등 진입장벽이 무너지면서 환자 쏠림현상이 생겼다. 많은 환자가 상급 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된 것은 좋은 점이지만, 환자가 너무 몰려 역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삼성서울병원은 특성화·전문화를 통해 중증 환자 위주로 치료하고 있다. 생명과 직결되는 중증 질환을 가진 환자들을 암 병원, 심장뇌혈관병원 등 특성화센터에서 우선 치료하고, 중증 질환이 해결된 뒤에는 우리와 협력하는 병원으로 보내는 방식으로 지역 의료기관과 협력병원, 의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다. 기술 발전도 의료환경의 변화를 불러왔다. 우리 병원에는 양성자치료센터가 있는데, 전문 역량을 새로운 기술과 결합해 환자의 고통을 덜면서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지난 8일 열린 개원 25주년 기념식에서 '미래의료의 중심 SMC'를 발표했다. 첨단 지능형 병원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최근 5G 기반으로 의료 혁신을 꾀하고 있다. 올 9월 KT와 '5세대(G) 스마트 혁신병원'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현장에서 시연까지 했다. 우리 병원 양성자치료센터에서 방사선 종양학과까지 직선거리는 약 800m인데, 걸어서 가면 1㎞가 넘는 거리로 30분쯤 소요된다. 이제까지는 치료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의료진이 직접 이동해 확인해야 했다. 그러나 5G 기술을 적용하니 양성자치료센터와 방사선 종양학과가 연결돼 가지 않고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됐다. 이 기술은 병리조직 샘플을 확인하는 데에도 매우 유용하다. 사실 진단 병리는 굉장히 중요한 분야다. 그런데 병리 슬라이드를 보려면 3층 수술장까지 가야 한다. 5G 기술을 이용하면 디지털 스캐너로 슬라이드를 스캔해 전송하는 것이 가능하다.

영상의학과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사람의 눈으로 판독하기 어려운 부분을 정확하게 찾아내는 것을 준비 중이다. 예를 들어 X선 촬영을 했을 때, AI가 먼저 판독하고 이상한 부분을 교수가 확인한 뒤 CT 검사를 하면 정확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병원 구성원에 대한 호칭을 케어기버로 새롭게 정했다. 케어기버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고 그 배경은 무엇인지.

▷사실 병원문화는 수직적인 편이고, 교육도 도제식으로 이뤄진다. '오더'라는 용어에서 나타나듯이 그런 문화는 직종 간에도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환자 측에서 생각해보면, 병을 치료하는 의료진은 물론 병원을 들어섰을 때 만나는 입구 직원, 원무과 직원, 간호사 선생님, 미화원 선생님 등 병원의 모든 사람이 환자의 경험이다. 케어기버는 어떤 사람이 중심이 되고 나머지가 보조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다 같이 한마음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마음의 문화를 이번 기회에 만들어 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정한 명칭이다. '오늘도 그분과 같이 일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즐겁게 출근하고, 레지던트를 예로 들자면 회진을 돌면서 교수님에게 명령을 받거나 야단을 맞는 것이 아니라 함께 토론하는 것이다. 그렇게 모두가 한마음으로 일하면 더 즐겁지 않을까.

―삼성서울병원은 현재 본·별관 리모델링을 진행 중이다. 기존 진료환경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환자는 어떤 혜택을 누릴 수 있는지.

▷우리 병원은 본관, 별관, 암 병원에 수술장 3개가 구축돼 있다. 중증·고난도 환자를 치료하는 방향성에 맞게 본관 수술실 공간을 더 많이 만들 예정이다. 별관은 산부인과, 소아과, 신생아 집중치료실, 중환자실 등 관련 부서를 함께 배치해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구성원들의 열악한 후생 공간도 개선할 계획이다. 환자가 늘어나면서 MRI·CT 등을 설치하다 보니 직원용 공간이 많이 사라졌다. 구성원들이 행복해야 환자도 행복할 수 있다. 또 5G 기술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예를 들면, 병실 환자들이 궁금한 것이나 불편한 것이 있으면 영상통화를 하며 바로 이야기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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