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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사설] 강물에 시뻘겋게 흘러든 살처분 돼지 핏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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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을 막으려고 살처분해 쌓아둔 돼지 사체에서 핏물이 새어나와 임진강 지천을 오염시키는 사태가 발생했다. 며칠 전 쏟아진 빗줄기로 경기 연천군 민통선 안에 쌓아놓은 약 4만 7000여 마리의 돼지 사체에서 핏물 등 침출수가 빗물과 함께 대량으로 유출돼 근처 하천을 시뻘겋게 물들이며 악취를 내뿜고 있는 것이다. 이 침출수가 자칫 상수원인 임진강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고 하니, 부실한 매몰 작업으로 초래된 끔찍한 환경 재앙이다.

이번 사태는 무리하게 매몰을 서두르다 작업을 허술하게 처리한 연천군에 1차적 책임이 있다. 연천군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살처분을 빨리 끝내라고 독촉하자 매몰지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돼지 사체를 임시로 민통선 안의 유휴부지에 그냥 무더기로 쌓아두었다고 한다. 비가 오면 침출수 유출로 후속 피해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기상청의 비 예보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다. 아무리 서두른다손 쳐도 기본을 지키지 않은 것은 잘못이다.

빨리 처리하도록 닦달만 했지 매몰 규정을 지키는지 현장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은 농림부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문제가 불거지자 뒤늦게 “살처분 시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른 절차를 철저히 준수할 것을 지시해 왔다”며 매몰규정 위반 여부를 살펴볼 방침이라는 해명 자체가 옹색하다. 전형적인 뒷북 행정이다. 지시를 내린 뒤 팔짱만 끼고 있을 게 아니라 지침대로 처리하도록 철저히 관리·감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연천군이 농림부 해명에 ‘무책임한 소리’라고 항변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로써 정부와 지자체가 가축 전염병의 후유증에 대해 얼마나 무신경한지 그대로 드러났다. 우리는 이미 2010년 구제역 발생 때도 매몰지에서 침출수가 유출돼 토양과 지하수가 오염되고 악취가 진동했던 사례를 생생히 지켜봤다. 시행착오를 겪고도 여전히 경계심이 풀어져 있는 것이다. 연천군 일대뿐 아니라 강화 등 다른 매몰지의 상황도 모두 점검해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더욱이 날씨가 추워지면서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가능성도 높아졌다. 철저한 방역으로 피해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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