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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영입 이벤트 넘어 청년후보 직접 육성…녹색당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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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후보 기탁금 당에서 돕고

후보자들 기본소득 지급 예정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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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눈길을 끄는 펼침막 하나가 내걸렸다. ‘평균 55.5세 아저씨 국회! 이제는 2030 청년 여성들이 접수한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펼침막을 배경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소수정당, 돈 없는 후보자, 정치 신인에게 불리한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견 중간에 ‘중년 남성 국회’의 변화를 촉구하는 의미를 담아 ‘넥타이 자르기’ 퍼포먼스도 펼쳤다.

이날 회견을 연 이들은 녹색당이 진행 중인 ‘2020 여성출마 프로젝트’에 소속된 ‘정치개혁 액션팀’이다. 지난 4월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내년 총선이 끝나는 4월15일까지 1년간 진행된다. 총선에 출마할 후보를 당에서 직접 육성·지원하는 것이 주된 업무다. 프로젝트 이름에 들어간 ‘여성’은 생물학적 여성이 아닌, 기존의 ‘중년 남성’ 중심의 정치구조에서 배제된 모든 이들을 아우르는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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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청년 후보자들은 왜 항상 선심성 영입 인사로 채워질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한 이 프로젝트는 정치 현장에서 꾸준히 활동할 여성·청년 정치인들을 키워내는 것이 장기 목표다. 지금까지 진행된 교육 프로그램 역시 정치 현장에서 꼭 필요한 실무 중심으로 짜였다. ‘기본소득’ ‘기후위기’ 등 녹색당이 중시하는 전통적 의제뿐만 아니라, 실제 정치인에게 필요한 조직운영, 선거전략 등의 교육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하는 식이다. ‘논평 작성과 정당 글쓰기’ ‘청구와 고발을 활용한 이슈파이팅’ 등 당내 활동가들이 쌓은 정치 경험과 노하우도 함께 공유했다. 무료로 진행된 녹색당 프로젝트에는 40여명이 참여했고, 그 가운데 4명이 오는 12월 경선을 치러 녹색당의 공식 후보자로 활동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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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20대 국회의 여성 의원 비율은 17%(51명), 30대 청년 의원은 1%(3명)에 불과하다. 녹색당은 이런 현실 정치의 벽을 낮추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의 금전적 부담을 낮추기 위해 비례후보 기탁금은 당에서 지원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 기간 동안 당 모금을 통해 후보자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할 예정이다. 김소라 녹색당 전국사무처 조직팀장은 “청년처럼 돈이 없는 후보자들이 정치에 진입할 때 느끼는 어려움들이 많다. 이를 지원하는 방법을 당에서 함께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곳곳에서는 이미 여성이나 청년 등 기성 정치권에서 소외된 정치 신인들을 발굴해 육성하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쉬 슈드 런’(She Should Run: 그녀는 뛸 거야. 그녀는 출마해야 한다)이나 정치활동위원회(PAC)인 ‘에밀리스 리스트’(Emily’s list), 캐나다의 비영리조직 ‘이퀄 보이스’(Equal Voice) 등의 활동이 대표적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제안한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여성·청년 후보자들은 항상 선거를 앞두고, 인재 영입이라는 정치 이벤트 방식으로 소비돼왔다. 이런 방식은 진정한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며 “한국에서도 정당이 여성과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독려하고 기회를 열어주는 프로그램이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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