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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손관승의 리더의 여행가방] 미니정보: '예술가들의 술' 압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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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생트(absinthe)는 19세기 후반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유행되었던 술로 알코올도수가 45~74도에 이르는 독한 증류주다. 상대적으로 술값이 싸서 서민들이 즐겨 마셨지만 호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았던 작가와 예술가들의 사랑을 받았다.

압생트를 즐겨 마시던 예술가들 가운데는 빈센트 반 고흐,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 작가 헤밍웨이의 이름이 특히 유명하다.

술 색깔이 녹색을 띄기에 시인들이 ‘녹색 요정’이라 불렀으며, 아일랜드 출신으로 파리에서 숨을 거둔 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이 술을 가리켜 ‘보헤미안을 상징하는 술’이라 찬양하기도 했다.

조선비즈

1876년 에드가 드가의 작품 ‘압생트’. 몽마르뜨 언덕 부근에 있던 ‘카페 누벨 아테네’에서 동료 예술가와 여배우가 함께 있는 장면으로 압생트는 우울함을 상징한다./사진=위키피디아



이 술이 유명해진 것은 인상주의 화가들 때문이다. 1876년 에드가 드가의 작품 ‘압생트’는 공예가 마르셀린 데부탱이 ‘카페 누벨 아테네’에서 여배우 엘렌 앙드레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데부탱은 먼 곳에 시선을 두고 있는 반면에 옆자리의 여성 앙드레는 압생트 한잔을 놓고 뭔지 모를 표정에 잠겨있다.

압생트는 우울한 기분을 자아내므로 그 술을 타락에 관한 연구 대상으로 삼았을 정도였다. 카페 누벨 아테네는 몽마르뜨 언덕 부근에 있던 곳으로 ‘카페 게르부아’와 더불어 인상주의 화가들의 아지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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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주의의 대부 마네의 1859년 작품 ‘압생트를 마시는 사람’./사진=위키피디아




인상주의 운동의 대부와도 같았던 마네 역시 1859년 ‘압생트를 마시는 사람’이란 제목의 작품을 남겼다. 그림 속에서 탁자 위의 잔 속의 녹색액체가 압생트 술이며, 바닥 위에 뒹구는 병은 알코올 중독을 상징한다. 피카소 역시 몽마르뜨 초기에 이 술을 즐겨 마시며 작품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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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가 1901년에서 1902년 몽마르뜨 시절에 그린 ‘카페의 여인’, 일명 ‘압생트 마시는 여인’이라 불리는 작품./사진=위키피디아




쑥의 줄기와 잎을 이용해 만들어졌다는 이 술은 빈센트 반 고흐, 프랑스의 시인 알프레드 뮈세 등이 즐겨 마신 뒤 육체와 정신건강 모두 이상이 생겨 생명을 잃었다는 비난이 거세게 일어났다.

신경계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향정신성 물질로 분류되어 1차대전 무렵 유럽 대부분 국가에서 생산이 중단되었다. 하지만 1981년 논란이 된 부분을 제거하고 합법화 결정을 내리면서 생산이 재개되었다. 현재는 약 200여개의 브랜드가 판매되고 있다.

손관승·언론사 CEO출신 저술가(ceonoma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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