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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알아봤습니다] 삼다수·백산수·엘라스틴 샴푸…쿠팡 `로켓배송`엔 없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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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쿠팡에서 삼다수와 백산수를 검색한 화면. 두 제품 모두 쿠팡의 자체배송인 `로켓배송`이 아닌 일반 배송으로 처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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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액이 연간 10조원(올해 예상)에 달하는 국내 최대 온라인쇼핑몰 쿠팡의 가장 큰 성공 비결은 바로 자체 배달인력을 활용해 하루만에 배송을 해주는 '로켓배송'이다. 쿠팡 전체 매출 대부분이 로켓배송 상품일 정도의 핵심 서비스다. 하지만 정작 오프라인 매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생수중 하나인 '제주삼다수' 같은 인기 상품은 로켓배송서 제외돼 있다. 삼다수처럼 오프라인 인기상품이 쿠팡 로켓배송서 제외된 이유를 꼼꼼히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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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에서 생수를 검색하면 쿠팡의 자체브랜드(PB) 생수인 `탐사수`가 제일 먼저 노출된다. 탐사수는 저렴한 가격과 로켓배송을 앞세워 쿠팡에서 판매하는 생수 중 판매량 1위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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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에서 '생수'를 검색하면 약 7만개의 상품이 검색된다. 이중 로켓배송이 가능한 제품은 1만2600여개에 그친다. 올해 1~7월 시장점유율이 37.8%로 생수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 상품인 제주 삼다수는 제외된 품목이다. 시장점유율 3위인 농심 백산수, 이밖에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진 브랜드 풀무원 샘물과 스파클 생수도 삼다수와 같은 처지다.

삼다수의 온라인 채널 유통을 맡고 있는 광동제약 관계자는 "쿠팡과 협의해 로켓배송에서는 삼다수를 배송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산수를 생산하는 농심측도 "로켓배송 대신에 최근에는 자체 앱을 통한 정기배송 서비스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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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로켓배송 상품 중 LG생활건강의 `엘라스틴` 샴푸는 품절 처리가 돼 현재 구입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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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배송이 안되는 인기상품은 또 있다. 아모레퍼시픽과 헤어케어 시장을 양분하는 LG생활건강의 엘라스틴 브랜드도 로켓배송이 불가능하다. 쿠팡에서 판매하는 엘라스틴 샴푸는 로켓배송 대상상품으로 검색 되지만, 모두 '일시품절' 처리가 돼 주문할 수 없다. 다만 로켓배송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구입 자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쿠팡은 로켓배송 이외 제품은 다른 온라인몰처럼 택배 배송으로 처리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로켓배송 상품과 그렇지 않은 상품의 배송 서비스 차이는 크다. 로켓배송의 경우 무료배송(1만9800원 이상 구입 혹은 월정액 로켓와우 서비스 가입), 아침에 주문하면 저녁에 받는 당일배송 혹은 다음날 새벽배송 등이 있고 30일 이내 무료반품이 가능하다. 반면 일반 택배상품은 품목에 따라 추가 배송비가 붙고 배송기간도 짧게는 이틀에서 길게는 일주일까지 걸린다. 빠른 배송이 생명인 온라인몰인 만큼 로켓배송이 아니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하기 쉽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실제 쿠팡의 매출 중 90%는 총 530만종에 달하는 로켓배송 상품이 차지하고 있다.

로켓배송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국내 중소 제조업체들이 만든 제품들이다. 쿠팡에서 생수 카테고리 판매량 1위인 탐사수가 대표적이다. 세종, 청주, 남양주, 울산 등 4곳의 수원지에서 삼정생물 등 각각 다른 중소업체가 생산해 로켓배송으로 발송한다. 샴푸도 비오클라쎄, 쿤달 네이처샴푸 등 다소 생소한 상품들이 로켓와우 배송 서비스를 끼고 판매 상위권에 포진돼 있다.

쿠팡은 최근에는 탐사수의 성공에 맞춰 중소 제조사에 의뢰해 만든 PB제품인 쿠팡only 상품 판매에도 힘을 쏟고 있다. 현재 790여개 품목인 쿠팡only는 제품, 식품, 생활용품, 뷰티, 문구, 패션, 건강식품까지 12개 카테고리와 비타할로, 코멧, 곰곰 등 16개 세부 브랜드로 운영된다. 대표적인 브랜드인 '탐사'로는 생수인 탐사수를 비롯해 빨래세제, 화장지, 탄산수, 종이컵, A4용지부터 강아지 사료, 배변패드까지 판매한다.

인기 대기업 제품이 로켓배송에서 빠지고 대신 중소업체 상품이 쿠팡의 핵심 판매아이템이 된 것은 쿠팡과 주요 대기업의 갈등 때문이다. 쿠팡이 오프라인은 물론이고 다른 온라인몰보다 낮은 '최저가'를 원하다보니 이를 받아들이기 힘든 대기업은 철수하고 이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중소업체 위주로 공급처가 재편된 것이다. 실제 쿠팡에서 파는 탐사수 2ℓ 24개 들이 제품가격은 100ml당 24원으로, 쿠팡에서 판매하는 삼다수(58원)나 롯데 아이시스(35원)보다 최고 절반 이상 싸다. 790여개의 쿠팡 only 상품 가운데 가장 많은 300여개의 가격은 5000원~1만원에 불과하다. 공급가격을 놓고 제조사와 쿠팡간 이견이 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기존 대기업 납품사들은 "쿠팡이 새로운 갑으로 군림한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실제 지난 6월 LG생활건강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상품 반품 금지와 배타적 거래 강요금지 등 대규모유통업법과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며 쿠팡을 신고했다. LG생건 관계자는 "쿠팡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주문을 취소하고 거래를 종결했다"고 주장했다.그 결과 현재 쿠팡에 제품을 공급하는 파트너사 중 70%는 연 매출 30억원 이하의 소기업이다. 하루에 팔리는 200만개의 상품 가운데 절반인 95만개가 이들 기업이 만든 제품들이다.

인지도가 낮은 중소기업 상품을 앞세우다 보니 소비자들이 쉽게 선택하기 힘들어하는 단점을 쿠팡은 기존 고객들의 상품평 작성을 유도하는 전략으로 커버하고 있다. 쿠팡은 좋은 구매후기를 쓴 고객을 2주마다 체험단으로 선정해 최신상품을 반품없이 무료체험하는 혜택을 주고 있다. 그렇다보니 다른 온라인몰에 비해 쿠팡에 올라오는 상품평은 분량도 많고 내용도 자세한 편이다.

이 같은 쿠팡의 판매전략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최저가에 제품을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선택권을 제한받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제조사와의 갈등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고객에게 최저가를 보장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쿠팡 관계자는 "고객에게 최저가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대량 주문으로 낮은 단가를 요청하고 실시간으로 국내 주요 쇼핑몰 가격을 비교해 최저가에 맞춰 변경하고 있다"며 "공급업체는 이 협상에서 더 비싼 값을 요구하지만 쿠팡은 고객을 위해 더 낮은 가격을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또 쿠팡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했다는 LG생건 등의 주장에 대해 "오히려 LG생건이 이 시장의 유력한 사업자에 해당한다"며 "LG생건과의 관계에서 어떤 불법행위도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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