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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망명지’ 멕시코 도착한 모랄레스, “살아있는 한 투쟁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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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부정선거 논란으로 사퇴한 에보 모랄레스 전 볼리비아 대통령이 12일 망명지인 멕시코의 멕시코시티 국제공항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 멕시코시티|로이터연합뉴스


대선 부정 반발 시위 확산으로 하야한 에보 모랄레스 전 볼리비아 대통령이 사퇴 선언 이틀 만인 12일(현지시간) 망명지인 멕시코에 도착했다. ‘권력 진공’ 상태의 볼리비아에서는 야당 의원이 대통령 권한대행 취임을 선포했지만 절차상 논란이 있어 정치적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이날 낮 멕시코 공군 항공기를 타고 멕시코시티 국제공항에 내렸다. 급박하게 망명길에 오른 사정을 보여주듯 모랄레스는 하늘색 반팔 티셔츠 차림의 초췌한 얼굴로 멕시코 땅을 밟았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장관은 옛 대통령기 전용 계류장에서 모랄레스 일가족과 함께 망명한 알바로 가르시아 리네라 전 부통령 등을 직접 영접했다.

모랄레스는 도착 직후 기자들과 만나 “멕시코 정부가 내 목숨을 구해줬다”며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에게 감사부터 전했다. 그는 자신의 대통령직 사퇴를 ‘쿠데타’로 재차 규정하면서 “살아있는 한 정치를 계속하겠다. 투쟁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불과 이틀 만에 속전속결로 망명지까지 안착했지만 망명길은 순탄치 않았다. 볼리비아 정부가 멕시코 군용기의 영공 진입 허가를 몇 차례 번복했고, 중간 급유지로 예정됐던 페루는 기착을 불허했다. 비행기는 경로를 틀어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급유를 마쳤지만, 이번엔 볼리비아·에콰도르의 영공 통과 불허로 브라질과 페루를 거쳐 태평양 상공으로 우회해야 했다.

부통령과 상하원 의장 등 권력 승계자가 모두 사퇴한 볼리비아는 이날 우파 야당인 사회민주주의운동 소속 자니네 아녜스 상원 부의장이 대통령 권한대행 취임을 선언했다. 상원의장직 승계에 이어 차례로 대통령 권한대행에 오른 것이지만, 여당인 MAS 의원들의 불출석으로 의사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상태에서 권한대행을 자처한 것이어서 정당성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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