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한전, 반짝 흑자냈지만…분기 결산 시작한 2011년 이후 최악 3분기 성적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원전가동률 60%대로 떨어지자 2011년 이후 최악의 3분기 실적
-전기요금 인상 압박 커져

한국전력(015760)이 올 3분기 1조2392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3분기 만에 적자를 벗어났다. 전기 사용이 많은 여름철 성수기 덕에 올해 상반기 9285억원의 영업손실을 만회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한전은 분기별 결산 의무가 시작된 2011년 이후 최악의 3분기 영업실적을 내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전은 올 3분기 영업이익 1조2392억원을 기록했다고 13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2%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5조9122억원, 당기순이익은 2410억원으로 각각 전년대비 3%, 67.3% 감소했다. 증권가 전망치에도 못미친 성과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에서는 한전이 올해 3분기 1조4985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한전은 탈원전이 본격화된 지난 2017년 4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영업이익 1조3952억원)를 제외하면 올해 2분기까지 적자행진을 이어왔다. 하지만, 올해들어 3분기 누적으로는 영업이익이 흑자전환해 3107억원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한전이 올해 3분기 흑자를 낸 것은 성수기에 따른 전력판매 때문이지 실적악화를 극복할 근본적인 개선안이 있던 것은 아니라 탈원전 정책 속에서 경영난은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조선비즈

전라남도 나주에 위치한 한국전력 본사./안상희 기자



◇ 원전이용률 다시 60%대로 뚝...전기판매 수익도 줄어

한전이 최악의 3분기 영업실적을 낸 것은 원전이용률 하락 영향이 크다. 한전은 원전이용률이 낮으면 그만큼 신재생·LNG로 만든 비싼 전기를 구입해야해 실적에 좋지 않다.

올해 3분기 원전 이용률은 65.2%에 그쳤다.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되기 전 과거 통상 원전 이용률이 80~85%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이용률이 낮은 편이다. 2016년만 해도 원전 이용률은 평균 79.7%에 달했지만, 탈원전 정책으로 2017년 71.2%, 작년 65.9%로 하락했다. 원전이용률은 지난해 1분기에는 54.9%, 2분기에는 62.7%로 떨어진 후 70~80%대로 회복되기도 했지만, 올 3분기 다시 60%대를 기록했다. 5분기 만에 가장 낮았다. 덩달아 원전이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3분기 24.8%에서 올해 3분기 23.5%로 1.3%포인트 축소됐다.

박형덕 한전 부사장은 앞서 "원전 가동률이 1%포인트 떨어질 때마다 190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원전 가동률을 지난해보다 10%포인트 높였다면 2조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줄일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한전과 정부는 부진한 한전의 실적이 탈원전,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한다. 원전 이용률이 낮아진 것도 원전의 안전을 위한 예방정비 때문이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노동석 서울대 전력연구소 박사는 "예전에는 원전이 고장나면 재가동 승인이 빠르게 이뤄졌는데, 탈원전 정책 후 안전규제가 더욱 강화된만큼 원전이용률 하락이 탈원전과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다"며 "앞으로도 안전규제 강화로 원전이용률이 탈원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예년보다 전기판매수익이 감소한 영향도 있다. 한전에게 3분기는 높은 여름철 냉방 수요와 높은 판매단가가 적용되는 계절별 차등 요금제로 성수기로 분류된다. 하지만, 예년보다 덜 더운 날씨에 3분기 전기판매수익이 15조2135억원에 그쳤다. 전년보다 2.5% 소폭 낮은 수치다.

조선비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019년 연간 실적도 비상...전기요금 인상 압박 커져

한전이 연간 흑자를 유지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한전의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3107억원으로 전년보다 46.5%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44조2317억원으로 2.7% 줄고 당기순이익 적자 폭도 4318억원에서 9323억원으로 커졌다.

증권가에서는 한전이 올해 4분기 다시 저자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한전은 당초 올해 원전 이용률을 77.4%로 예상했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원전가동률이 70%를 밑돌며 원가 개선 요소를 상쇄하고 있는데, 하반기 가동률도 70% 후반대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책변수도 있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앞서 "한전의 (올해) 정책비용은 (현 정부 출범 전인) 3년전보다 3조 늘어 7조8000억원가량 된다"고 말했다. 정책비용은 재생에너지 의무공급제도(RPS), 배출권 거래제 비용, 여름철 누진제 개편 등을 말한다. 노동석 박사는 "한전이 3분기는 성수기라 흑자를 냈지만, 정책비용과 신재생에너지 구매비용을 감안하면 한해 전체로는 적자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한적의 실적 악화가 이어지면서 전기요금 인상 압박은 이어지고 있다. 김종갑 한전 사장도 "전기요금이 지속가능한 체계로 개선되어야 한다"며 "새로운 특례할인은 없애고 운영 중인 특례는 모두 일몰시키겠다"고 했다. 한전은 이달 말 열리는 이사회에서 전기요금 개편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해 내년 상반기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한다.

안상희 기자(hug@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