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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주52시간제땐 소·부·장도 타격"…中企 "최소 1년 늦춰달라" 호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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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일하지 말란 소리냐"…"근로자는 대리운전 뛴다"

박영선 장관도 "예외규정 필요" 공감…국회에 마지막 호소

뉴스1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주52시간 단축근로 시행 유예·보완입법 촉구 기자회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19.11.13/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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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심언기 기자 = #1. "스타트업과 성장기업은 초기 사업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때 근무집중도가 떨어지면 무조건 망하는 겁니다." (정성인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

#2. "건설업은 기후나 기온 영향을 아주 많이 받습니다. 우기(雨期)나 동절기엔 쉬고 날이 좋을 때 집중적으로 일해야 겨우 납기일을 맞출 수 있습니다. 주52시간 근무제에 묶이면 납기도 못 맞추고 공사까지 중단될 수 있습니다"(김영윤 대한전문건설협회장)

중소기업들이 49일 앞으로 다가온 주52시간제 확대 시행을 늦춰달라며 정부와 정치권에 호소하고 나섰다. 설문조사 결과 중소기업 10곳 중 6곳이 주52시간제에 대한 대비를 하지 못한 상황이다.

전국 중소기업단체 대표들은 13일 이구동성으로 "주52시간제가 일괄 시행되면 공장은 멈추고 근로자는 투잡을 뛰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최소 1년 만이라도 시행을 늦추고 업종별·규모별·지역별 특성에 따라 입법 보완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주52시간제 개선 요구에 대해 "국회에서 심도 깊은 논의를 했어야 했고, 예외규정을 뒀어야 했다"며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으면서 경제·산업계의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중소기업인들은 국회가 쥐고 있는 입법 보완 권한이 주52시간제 시행을 늦출 수 있는 '마지막 동아줄'이라고 보고 이날부터 이틀간 여야 원내대표를 잇달아 만나 주52시간제와 화평법, 화관법 시행 유예를 요청하는 '릴레이 청원'에 나섰다.

◇"건설업·성장기업 일 하지 말란 소리…입법 보완 절실"

중기중앙회·대한전문건설협회·한국여성경제인연합회 등 14개 중소기업 협·단체로 구성된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주52시간제 시행시기를 늦추고 유연근무제 요건 완화 등 입법 보완을 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중소기업인들은 "주52시간제 시행이 채 두 달도 남지 않았지만 현장 중소기업 상당수가 준비가 안 된 상태"라며 "최저임금과 사회보험료는 오르고 산업안전·환경규제는 대폭 강화된 마당에 주52시간제까지 닥친 업계는 정말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중기중앙회가 지난달 전국 중소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한 의견조사에 따르면 현재까지 주52시간제를 준비하지 못한 기업은 65.8%에 이른다. 단축근무제 시행을 최소 1년 이상 유예해야 한다는 의견도 52.7%로 절반이 넘었다. 연말까지 납기일 조정이 불가능한 기업도 44.5%에 달했다.

중소기업인들은 "이런 상황에서 특단의 입법 보완 없이 근로시간이 줄면 중소기업과 근로자가 모두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며 "중소기업은 당장 사람을 뽑지 못해 공장을 돌릴 수 없고 납기도 맞출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중소기업계 대표들은 앞다퉈 업계가 처한 절박한 상황들을 쏟아냈다.

김영윤 대한전문건설협회장은 "건설업은 기후와 기온 영향을 매우 많이 받기 때문에 우기(雨期)나 동절기엔 쉬고 날이 좋을 때 집중적으로 일해야 겨우 납기일을 맞출 수 있다"며 "주52시간 근무제에 묶이면 납기도 못 맞추고 공사까지 중단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백종윤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장도 "큰 건설회사는 인력이 대부분 비정규직이어서 (주52시간제를 도입해도) 큰 문제가 없지만, 하청업체는 상황이 달라 부작용이 심각하다"며 "주52시간제는 애초 업종별·규모별·지역별 고려가 부족한 상태에서 입법됐다"고 꼬집기도 했다.

정성인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도 "스타트업과 성장기업은 초기 사업이 매우 중요한데, 주52시간제 때문에 근무집중도가 떨어지면 사업이 망할 가능성이 크다"며 "연구·개발(R&D) 비중이 높은 스타트업이나 성장기업에는 다른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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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앞줄 왼쪽 세 번째)를 비롯한 중소기업단체협의회 소속 회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52시간 단축근로 시행 유예와 보완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2019.11.13/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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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얇아진 근로자는 투잡 뛴다…워라밸 취지 훼손" 지적

주52시간제가 시행되면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근로자도 피해를 볼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중소기업인들은 "(근로시간이 줄면) 근로자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라며 "국회 분석에 따르면 주52시간제가 시행될 경우 근로자 급여가 평균 13% 감소한다. 이미 근로시간이 단축된 사업장은 근로자들이 소득보전을 위해 투잡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갑이 조금 얇아지더라도 근로자의 삶의 질(워라밸)과 건강권을 되찾자는 주52시간제의 도입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주52시간제를 피하기 위해 사업장을 쪼개 50인 미만 기업으로 전환하는 편법을 쓰거나 동종업계 직원들이 교환 근무를 서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주52시간제를 도입한 한 중소기업 근로자는 소득이 줄자 대리운전 등 부업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사례도 이날 보고됐다.

박 장관도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근로자 입장에서는 주52시간이 돼서 좋다고 생각하지만 (반대로) 주52시간 때문에 월급이 줄어드는 기분이 있다"며 "(근로시간이 줄어)좋기는 한데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아지니까 이것에 대해 좀 (아쉽게)생각하는 부분들을 어떻게 해소시켜 줄 수 있느냐의 문제"라며 공감하기도 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주52시간제의 가장 큰 이슈가 '건강권'인데 오히려 근로자의 건강을 더 해치는 부작용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며 "소득 감소를 원하지 않는 근로자는 노사가 합의해서 더 일할 수 있는 입법 보완이 기업과 근로자 모두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보다 덜 일 해서 소·부·장 하겠나…연장근로 요건 완화해야"

중소기업인들은 "주52시간제가 시행되면 최근 '일본을 이기자'는 기조 아래 진행되고 있는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활성화 대책도 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Δ주52시간제 시행시기 단계적 유예 Δ유연근무제 개선 Δ노사합의에 따른 추가연장근로제 허용을 주장했다.

중소기업계가 희망하는 '제1안'은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는 것이다. 이 법안은 주52시간제 시행을 최소 1년에서 최대 4년까지 유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200명 이상 300명 미만 사업장은 2021년, 100명 이상 200명 미만 사업장은 2022년, 50명 이상 100명 미만 사업장은 2023년, 5명 이상 50명 미만 사업장은 2024년부터 주52시간 근로제 시행하는 규정을 담고 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 통과가 어렵더라도 일단 주52시간제 시행을 최소 1년 이상 미루고 탄력근로제·선택근로제·노사합의 연장근로제를 보다 유연하게 보완하자는 '제2안'도 있다.

구체적으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은 경사노위가 합의한 6개월을 유지하되 50인 미만 사업장에 한해 1년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탄력근로제 사용요건도 현행 '근로일별 계획 수립'에서 '주별 수립'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냈다.

선택근로제도 정산기간을 1개월에서 3개월로 확대하고 사용요건을 현행 '근로자대표 서면합의'에서 '개별근로자 동의'로 유연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노사합의에 의한 추가근로 허용안도 현행 '1주 단위'에서 '연·월 단위'를 추가하자는 제안이다.

연장근로 단위를 연·월로 넓히는 방안은 일본의 근로시간 제도를 반영한 아이디어다. 일본은 법정근로시간을 한국과 동일하게 주당 40시간으로 정하고 있지만, 연장근로는 월45시간으로 비교적 유연하게 허용하고 있다. 노사합의가 있으면 연장근로시간은 월 100시간으로 늘어난다.

김기문 회장은 "연장근로를 주 12시간으로 제한하면 월 45시간 내에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일본보다 산업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활성화 대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연결이 안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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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게 근로시간·환경 규제 개선 중소기업계 건의서를 전달하고 있다. 2019.11.13/뉴스1 © News1 이종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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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14단체, 국회 릴레이 청원…"마지막 동아줄"

국회 여야 원내대표를 만나 주52시간제에 대한 입법 보완을 요청하는 '릴레이 청원'도 진행된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중소기업계 대표들은 곧장 국회를 찾아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간담회를 열고 주52시간제와 화학물질등록평가법(화평법)·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의 시행 유예를 요청했다. 이튿날(14일)에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의 간담회가 예정돼 있다.

중소기업계는 주52시간제와 더불어 화평법과 화관법까지 내년부터 일제히 시행되면 경영 악화가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화평법이 시행되면 연간 1톤(t) 이상 화학물질을 제조·수입하는 회사는 화학물질 종류와 성분을 환경부에 등록해야 한다. 화관법에 따라 제출해야 하는 서류도 Δ화학물질 사용에 따른 위해관리계획서 Δ장외영향평가서 Δ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안전진단결과서 등 수십 종에 이른다.

엄격한 화학물질 취급기준을 만들어 만일의 사고나 환경오염 사태를 방지하자는 취지이지만,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까지 드는 비용과 노력이 모두 기업에 전가된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이 원내대표는 중소기업계의 요구사항을 청취한 뒤 노동계와 경영계의 이해관계를 최대한 절충하는 선에서 보완 대책을 준비할 것을 약속했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이 원내대표는 "중소기업계의 절박한 마음을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노동계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는 중립적인 입장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경사노위에서 합의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6개월을 우선 보완 입법하고, 중소기업계가 요구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확대(1개월→3개월)와 유연근무제 개선 등도 추후 보완 대책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중소기업계가 주52시간제 시행을 유예해달라는 요청은 반대로 '주52시간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니까 조금 더 준비할 시간을 달라는 것"이라며 "중소기업계의 애절한 마음을 헤아려달라"고 강조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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