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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8 (수)

'항공기 승무원 성추행' 몽골 헌재소장은 왜 약식기소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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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오드바야르 도르지 몽골 헌법재판소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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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에서 승무원을 성추행한 혐의(강제추행 및 항공보안법 위반)를 받는 오드바야르도르지(52·OdbayarDorj) 몽골 헌법재판소장이 약식기소됐다. 인천지검 외사부는 도르지 소장을 벌금 7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고 13일 밝혔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정식 재판 없이 수사기록 서류만으로 재판이 진행된다.

검찰은 과거 외국인이 저지른 비슷한 범죄 처벌 사례, 국내 항공기에서 내국인이 같은 범죄를 저지른 사례를 참고해 도르지 소장에 대한 약식기소를 결정했다. 검찰은 "다른 승객들의 안전을 저해한 점, 범행 직후 외교관 면책 특권을 주장하면서 처벌을 회피하려 했던 정황 등을 고려해 벌금 7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도르지 소장에게 보관금 명목으로 700만원을 미리 내게 하고서 이날 법무부에 그에대한 출국정지 해제를 요청했다. 도르지 소장의 출국금지 기간 만료일은 이달 15일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주한 몽골대사관으로부터 도르지 소장이 향후 형사 절차를 충실히 이행할 것을 보증한다는 내용의 신원 보증서를 제출받았다”며 “외국인이 저지른 범죄를 벌금형으로 기소할 땐 보관금을 받고 기소를 하게 돼있어서 이 절차를 이행했다”고 말했다.



“집행유예 시 형벌의 실효성 떨어질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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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기 기내에서 여성 승무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드바야르 도르지 몽골 헌법재판소장이 7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인천지방경찰청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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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부터 법조계에선 검찰이 도르지 소장에 대해 약식기소를 할 거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실형에 처할 사안까지는 아닌데 집행유예를 판결을 받으면 형벌의 실효성이 떨어질 거란 우려 때문이다. 재범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내려지는 집행유예는 국내에서만 적용되는데 도르지 소장과 같이 국내에 체류하지 않는 외국인에는 큰 효과가 없어서다.

이전 외국인 강제추행 사건도 비슷한 이유로 약식기소 처리된 적이 있다. 올해 7월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출전한 헝가리 선수 A씨(23)는 광주 서구의 한 클럽에서 한 여성의 신체를 만진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강제추행 혐의로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됐고, 보관금 300만원을 사전에 납부하면서 출국금지가 해제됐다.

2016년 캄보디아인 B씨(44)는 서울 구로구에 있는 한 백화점 앞에서 강제로 통역사의 허리를 감싸고 입맞춤을 시도한 혐의로 구속됐다. A씨는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됐고, 벌금을 낸 뒤 캄보디아로 돌아갔다.



“취해서 그런 행위를 했을 수도 있다”



도르지 소장은 지난달 31일 오후 8시5분쯤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항공기 안에서 여성 승무원들의 엉덩이를 만지는 등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경찰은 도르지 소장이 외교 여권을 제시하며 "면책특권이 있다"고 주장하자 면책특권 대상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풀어줬다.

이후 경찰이 외교부에 문의해 도르지 소장 일행에 면책특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 한국에 있던 도르지 소장을 1차로 조사했다. 이후 6일 2차 경찰 조사에서 도르지 소장은 "술에 취해서 그런 행위를 했을 수도 있다"며 강제추행 혐의를 사실상 시인했다. 경찰은 지난 8일 도르지 소장을 강제추행과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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