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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단풍이 불타는 가을, 반려동물과 걸어볼까![김하국의 愛니멀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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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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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완연한 가을이다. 거리가 단풍으로 물든 나무들로 불에 타는 듯 아름답다. 떨어진 나뭇잎이 제법 쌓여 걸을 때마다 바스락바스락 밟히는 소리가 들린다. 어디선가 낙엽 태우는 냄새가 나는 듯하다. 반려인이라면 이 거리를 반려동물과 함께 걸으면서 아름다운 추억을 쌓고 싶을 것이다. 반려동물도 가을 거리를 걷고 싶을까?

강아지는 적록색맹이고 근시이며 회색음영을 구분하는 능력이 사람보다 못하다. 빨강과 녹색에 대한 눈의 감각 수용기가 없어서 빨간색과 녹색으로 된 것은 인식하지 못하며 멀리 있는 것을 잘 보지 못한다. 아마도 단풍으로 물든 거리를 시각적으로는 완벽하게 공유할 순 없을 듯하다.

대신 강아지는 어두운 밤 거리를 걸을 때도 가을 거리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눈에는 사람과 다른 반사판이 있어서 눈으로 들어오는 빛을 반사해 어둠 속에서도 낮처럼 잘 볼 수 있다. 이 반사판은 어두운 밤에 사냥하거나 포식자로부터 도망치기에 이로운 점이 있다. 색상을 보지 못하는 대신 조명을 얻은 셈이다. 고양이 또한 반사판이 잘 발달했다. 가끔씩 밤에 강아지나 고양이 눈이 반짝거리는 것이 바로 반사판 때문이다.

원래 강아지는 사람처럼 여러 가지 색상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진화하면서 여러 가지 색상을 보는 것이 사냥하는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퇴화했다. 사람은 빨강색, 녹색, 연파랑색에 대한 수용기를 갖고 있으며 이 색상들을 뇌에서 조합해 세상을 컬러풀하게 볼 수 있다.

사람보다 시각이 뛰어난 동물은 없을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물고기, 파충류, 새, 개미 등은 4개의 다른 색상 수용기를 가졌으며 나비는 5개, 갯가재는 6개라고 한다. 포유동물의 색상 수용기는 색을 구분하는 능력이 사냥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아서 진화과정에서 퇴화했고 사람은 다시 진화해 3개의 수용기를 갖게 됐다. 뇌의 능력도 시각을 구성하는데 영향을 미친다. 어떤 뇌과학자는 사람의 눈이 뇌의 일부라고도 말한다.

반면 강아지는 코와 냄새를 구성하는 뇌로 세상을 읽는다. 사람이 시각을 통해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처럼 냄새를 통해서도 황홀함,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쓴 ‘향수’라는 소설에서 보듯이 코로 느끼는 세상은 시각으로 느끼는 세상과 아주 다르다. 코는 호흡과 냄새를 판별하는 기관이다. 강아지는 들이 쉬는 숨에서 스펀지처럼 냄새를 걸러서 3억 개의 후각 수용기가 정보를 파악한다. 참고로 사람의 후각 수용기는 6백만 개다.

또한 강아지의 앞니 뒤쪽에는 야곱슨 기관이 있어 이성 친구의 페로몬을 냄새 맡아 짝짓기를 하기도 한다. 고양이는 강아지보다 야곱슨 기관이 더 발달해 다양한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어쨌든 강아지의 후각은 사람보다 60배 이상 발달한 셈이다. 가을 거리가 얼마나 흥미로운지에 대해 사람이 강아지보다 60 배나 모를 수 있다. 강아지는 보호자에게 이 가을 거리에 대해 설명해주고 싶을지도 모른다.

강아지는 사람보다 청각도 4배 이상 발달했다. 집 문 앞에서 항상 보호자를 마중나와 있는 강아지는 집에 있는 누구보다 먼저 보호자의 걸음 소리를 듣는다.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가? 낙엽 밟는 소리가 시끄러울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만추에 얼마나 즐거운 음악소리인지 알고 있을 수도 있다.

솔직히 인간과 강아지가 미적가치를 공유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강아지와 가을 거리를 산책하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일이다.
김하국 | 금천24시 우리동물메디컬센터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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