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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국민연금 경영참여, 기업에 알아서 승복하라 협박하는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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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주주권강화지침' 논란
전문가들, 전 기업의 국영기업화 등
자유시장경쟁 체제 위협 요소
자유로운 경제활동 막지 않도록
국회에서 별도 특별법 제정해야


"한국 모든 기업의 이사회 선임을 좌지우지해 전 기업의 국영기업화를 추진하는 것 같다. 연금사회주의의 시초로 보인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13일 '경영참여 목적의 주주권행사 지침(가이드라인)'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국민연금은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를 통해 기업을 대상으로 이사의 해임 요구뿐만 아니라 사외이사 선임을 추진키로 했다. 지금은 사외이사에 그치지만 나중에는 사내이사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우려다.

■삼성도 이사 해임 추진 가능성

보건복지부가 이날 공청회를 통해 밝힌 가이드라인은 경영참여 목적 주주권 행사의 단계별 주주제안 예시로 이사 해임 주주제안이 담겼다. 법령상 위반 우려 및 국민연금이 지속적으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는 기업이 대상이다. 임시주총 소집청구 후 해당 안건 상정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앞으로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사례가 나올 경우 우려 단계에서도 적용하겠다는 의지다.

당시 '금고 이상의 형 확정'이란 전제조건이 붙어 지난 3월 한진칼 정기주총에서는 해당 안건이 상정됐지만 부결된 바 있다. 법령상 위반 우려가 있는 경우 감사위원 등 사외이사 및 감사 선임에도 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예시에 담았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법령상 위반 우려는 법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만큼 무죄 추정의 원칙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봤다. 경영참여 행위를 자동이 아닌 인위적으로 할 수 있어 자의적으로 특정 기업을 부당하게 압박할 수 있는 길을 여는 행위로 지적했다.

곽관훈 선문대 법경찰학과 교수도 "법원 판결 전 국민연금이 자체적으로 기업을 제재하는 것은 문제"라며 "법원 판단이 달라지면 자격정지 등 부당한 해임 등에 대해 기업 손해배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국민연금이 기업에 대해 지속적 반대 의결권을 행사해도 개선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 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도 논란이다.

김 교수는 "국민연금이 간섭하다가 안되면 주식을 팔고 나와야 한다. 직접 주식을 보유한 주주가 아니기 때문"이라며 "수탁자 지위로서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투자자 관점에 해당 기업이 부합하지 않으면 매각이 최선"이라고 내다봤다.

■기금고갈 출구전략 막힌다

국민연금의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는 기금고갈에 대한 출구전략을 막는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정부는 "수탁자 책임 의무를 다해 기금의 수익률을 높인다"는 취지이지만 미래에는 지속가능한 정책이 아니라는 시각이다.

곽 교수는 "국민연금기금이 정점에서 '0'으로 고갈되는 데 16년에 불과하다"며 "기업에 대한 관여, 지배구조개선이 당장은 유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중에 출구전략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현재 구조로는 의결권을 행사하더라도 기금의 수익성·안정성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개한 국회예산정책처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상향조정에 따른 추가재정 소요 추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고갈시점은 애초 정부 전망인 2057년보다 3년 더 앞당겨져 2054년으로 분석됐다.

곽 교수는 "국민연금기금 고갈은 불과 20~30년 후 현실"이라며 "국민연금의 보험금 지급을 위해 자산을 매각하는 시그널만 줘도 시장에 엄청난 혼란이 있을 것이다.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와 기금운용위원회가 전문성·책임성이 없는 상태에서 기업에 대한 강제력만 가지면 나중에 상황이 상상이 안될 정도"라고 우려했다.

가이드라인의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추진도 재계에 충격을 준 부분이다. 국민연금이 보유지분에 대한 주주제안은 물론 엘리엇, 강성부펀드(KCGI) 등과 같이 기업에 대한 '행동주의 펀드'를 자청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국민연금이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사망 이후 주주권 행사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이 우려스럽다. 지난번엔 우발적이었지만 이번에는 상시적·체계적인 의지"라며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를 하더라도 제한적 범위 내에서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막지 않도록 국회에서 별도 특별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며 "가이드라인은 법적 효력이 없고 기금운용본부의 내부지침에 불과하다. 전체 기업을 대상으로 알아서 순복하라고 협박하는 꼴이다. 자유시장경쟁 체제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국민연금이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추진 시 자본시장법령에 따른 공동 보유자가 된다"며 "의결권 행사 대리의 대상자 구체화 및 그에 따른 비용효과성을 고려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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