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액이 연간 10조원(올해 예상치)에 달하는 국내 최대 온라인 쇼핑몰 쿠팡의 가장 큰 성공 비결은 바로 자체 배달 인력을 활용해 하루 만에 배송해주는 '로켓배송'이다. 쿠팡 전체 매출 대부분이 로켓배송 상품일 정도로 핵심 서비스다. 하지만 정작 오프라인 매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생수 중 하나인 '제주 삼다수(이하 삼다수)' 같은 인기 상품은 로켓배송에서 제외돼 있다. 삼다수처럼 오프라인 인기 상품이 로켓배송에서 제외된 이유를 꼼꼼히 알아봤다.

쿠팡에서 '생수'를 검색하면 약 7만개 상품이 검색된다. 이 중 로켓배송이 가능한 제품은 1만2600여 개에 그친다. 생수시장에서 올해 1~7월 점유율이 37.8%로 압도적 1위 상품인 삼다수는 제외됐다. 시장 점유율 3위인 농심의 백산수, 이 밖에 소비자에게 잘 알려진 브랜드인 풀무원 샘물과 스파클 생수도 삼다수와 같은 처지다.

삼다수 온라인 채널 유통을 맡고 있는 광동제약 관계자는 "쿠팡과 협의해 로켓배송에서 삼다수를 배송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산수를 생산하는 농심 측도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정기배송 서비스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로켓배송이 안 되는 인기 상품은 또 있다. 아모레퍼시픽과 헤어케어시장을 양분하는 LG생활건강 엘라스틴 브랜드도 로켓배송이 불가능하다.

다만 로켓배송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구입 자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쿠팡은 로켓배송 외 제품은 다른 온라인몰처럼 택배 배송으로 처리한다.

하지만 소비자 체감상 로켓배송 상품과 그렇지 않은 상품 간 배송 서비스 차이는 크다. 로켓배송은 무료 배송(1만9800원 이상 구입 혹은 월정액 로켓와우 서비스 가입)이며, 아침에 주문하면 저녁에 받는 당일 배송 혹은 다음날 새벽 배송 등이 있고 30일 이내에 무료 반품이 가능하다.

반면 일반 택배 상품은 품목에 따라 추가 배송비가 붙고 배송도 짧게는 이틀에서 길게는 일주일까지 걸린다. 이 때문에 실제 쿠팡 매출 중 90%는 총 530만여 종에 달하는 로켓배송 상품이 차지하고 있다.


인기 대기업 제품이 로켓배송에서 빠지고 대신 중소업체 상품이 쿠팡의 핵심 판매 아이템이 된 것은 쿠팡과 주요 대기업 간 갈등 때문이다. 쿠팡이 오프라인 매장은 물론이고 다른 온라인몰보다 낮은 '최저가'를 원하다 보니 이를 받아들이기 힘든 대기업은 철수하고 중소업체 위주로 공급처가 재편된 것이다. 실제 쿠팡에서 파는 탐사수 2ℓ 24개들이 제품 가격은 100㎖당 24원으로, 쿠팡에서 판매하는 삼다수(58원)나 롯데 아이시스(35원)보다 최고 절반 이상 싸다. 쿠팡온리 상품 790여 개 가운데 가장 많은 300여 개 가격은 5000~1만원에 불과하다. 공급 가격을 놓고 제조사와 쿠팡 간 이견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지난 6월 LG생활건강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상품 반품 금지와 배타적 거래 강요 금지 등 대규모유통업법과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며 쿠팡을 신고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쿠팡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주문을 취소하고 거래를 종결했다"고 주장했다. 인지도가 낮은 중소기업 상품을 앞세우다 보니 소비자가 쉽게 선택하기 힘들어한다는 단점을 쿠팡은 기존 고객에게 상품평 작성을 유도하는 전략으로 커버하고 있다. 이 같은 쿠팡 판매 전략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소비자로서는 제품을 최저가에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선택권을 제한받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 관계자는 "고객에게 최저가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대량 주문으로 낮은 단가를 요청하고 국내 주요 쇼핑몰 가격을 실시간으로 비교해 최저가에 맞춰 변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쿠팡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했다는 LG생활건강의 주장에 대해 "오히려 LG생활건강이 이 시장의 유력한 사업자에 해당한다"며 "LG생활건강과의 관계에서 어떤 불법행위도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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