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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밥은 대충 때워도 디저트는 제대로 먹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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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의 웨스틴 애프터눈 티 세트 [사진 제공 =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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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회사에 다니는 30대 A씨는 점심 시간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 적어도 1만원은 지불해야 주변 식당에서 제대로 된 한 끼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싼 밥값이 불만인 A씨에게도 '디저트'를 즐길 때만큼은 지출이 아깝지 않다. 후식으로 아메리카노 한 잔에 초콜릿 케이크 한 조각을 먹으면 오후를 버틸 힘이 불끈 솟는다고 A씨는 설명한다. 올 들어 식품업계에 싸면서 질 좋은 음식을 찾는 '가성비 바람'이 불고 있지만 디저트 시장만큼은 예외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1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국내 디저트 시장 규모는 2014년 3000억원에서 2018년 1조5000억원으로 5배가량 성장했다. 올해는 2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디저트 산업이 급성장하게 된 배경으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트렌드가 꼽힌다. 기분 전환을 위해 예쁘고 사치스러운 음식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아이스크림이나 쿠키, 마카롱 등에 한 끼 식사와 맞먹는 값을 지불하는 경우가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비주얼만으로 입맛을 자극하는 디저트가 인기 게시물로 떠오른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국내 커피 소비량이 늘어나면서 이와 곁들여 먹을 수 있는 디저트가 주목받기 시작했다"며 "나만의 작은 사치를 즐기려는 '스몰 럭셔리' 문화가 확산된 것도 시장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고 말했다.

디저트의 인기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판매된 애프터눈 티세트는 전년 동기보다 35% 증가했다. 마리아주 프레르 차와 함께 제공되는 오리엔털 세트가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박상훈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지배인은 "SNS 인증샷 열풍 등으로 주말 예약률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올가을 롯데호텔 서울과 그랜드워커힐 서울의 디저트 판매량도 각각 30%, 72% 늘었다.

이커머스에서도 디저트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온라인 쇼핑사이트 G마켓에 따르면 지난 10월 7일부터 11월 6일까지 한 달간 판매된 도넛은 전년 동기보다 8~9배가량 증가했다. 파이·타르트도 2배 이상 신장률을 나타냈다. 아이스크림·빙수와 젤리·푸딩, 와플·허니브레드도 판매량이 각각 21~24% 늘었다.

최근 배달서비스 영역이 한 끼 식사나 간단한 야식에 그치지 않고 디저트로 확산되면서 집에서 디저트를 배달해 먹는 '홈디족' 시장도 부상하고 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디저트 카테고리 주문 증가율은 전년 동기보다 3~4배 증가했다. 또 다른 앱 '요기요'도 같은 기간 디저트 주문 건수가 약 8배 늘었다.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편의점 업계도 디저트 부문에 힘을 싣고 있다. CU에 따르면 지난해 디저트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대비 4배 이상 늘었다. 올해 10월 누적으로도 23%가 넘는 판매 신장률을 기록했다. 전문점 수준 못지않은 맛과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운 '쇼콜라생크림케이크' '우쥬베리미샌드위치' 등이 큰 인기를 끈 덕분이다. 포르투갈에서만 맛볼 수 있는 에그타르트를 직수입해온 것도 주효했다. 최근에는 20·30대 입맛에 맞춘 '돼지바 찰떡' '쫀득찰떡롤' 등 퓨전 떡이 매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김신열 BGF리테일 스낵식품팀 MD는 "쇼콜라생크림케이크의 경우 제조사인 '피오레' 매출이 28배나 증가했을 정도로 사랑을 받았다"며 "편의점이 1·2인 가구의 홈카페로 자리 잡은 만큼 파이 과자, 초콜릿과 같은 스테디셀러뿐 아니라 제철 과일로 만든 시즌 한정 제품 등을 개발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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