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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세월호참사 특조위, '헬기 구조지연' 의혹 검찰에 수사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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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임경빈군…배로 병원 이송 '4시간41분' 걸려

"당시 해경청장 등 지휘부 4명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적용해 수사 의뢰"

세계일보

문호승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진상규명소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 마련된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 구조수색의 적정성 및 산업은행의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에 대한 불법대출 혐의에 대한 수사를 요청하는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2014년 사고 당일 구조를 위해 현장에 투입된 헬기를 응급환자가 아닌 당시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이 탔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를 요청하기로 했다.

특조위는 13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앞서 이날 오전 46차 전원위원회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 구조 및 수색의 적정성에 대한 수사 요청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특조위는 “그동안의 언론 보도와 유가족이 제기했던 구조수색 관련 내용을 시간대별로 정리하고 관련 문제점을 확인했다”며 김 청장, 김수현 서해해경청장, 이재두 3009함장, 김문호 목포해경서장 등 모두 4명의 해경 지휘부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검찰이 최근 발족한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특수단)’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조위에 따르면 이들 해경 지휘부는 참사 당일 오후 5시24분쯤 발견된 고(故) 임경빈군(당시 경기 안산 단원고 2년)에 대해 심폐 소생술을 지속하고 병원으로 이송하라는 의사의 지시를 받고도 임군을 헬기가 아닌 함정으로 이송했다.

그런 탓에 임군은 발견 시각으로부터 4시간 41분이 지난 오후 10시5분쯤 병원에 도착했는데, 특조위는 해경 지휘부의 구조 방기에서 비롯된 결과로 보고 있다.

특조위 측은 ”결국 피해자를 익사 또는 저체온증으로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관련자들의 범죄 혐의를 신속히 밝힐 필요가 있어 수사 요청을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특조위는 또 산업은행 직원들이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 측과 공모해 시설자금 100억원과 운영자금 19억5000만원을 불법 대출한 것으로 볼만한 개연성이 인정된다며 지난달 7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진행한 문호승 특조위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소위원장은 “조사기관(특조위)과 수사기관(특수단)이 서로 한계를 보완해 세월호의 진상 규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연말까지 2∼3개의 사안을 추가로 수사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계일보

세월호 유가족들이 13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세월호 특별수사단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한편 문재인 대통령에게 국가정보원과 해군, 청와대에 대한 수사 보장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한편 임군의 어머니 전인숙씨는 이날 빗방울이 떨어지고 찬바람이 부는 가운데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색의 우산을 쓴 채 굳은 얼굴로 “아들이 진실을 알려줘서, 억울하고 분통이 터지는 부모의 마음에서 이렇게 피켓을 들고 나왔다”고 밝혔다고 유경근 4·16세월호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전했다.

전씨가 양 손에 쥔 피켓에는 ”내 아들을 왜 죽였는지 꼭 알고 싶다”, ”대통령의 이름으로 살인자들을 찾아내라고 명령해달라” 등의 호소가 적혔다.

임군은 특조위 조사 결과로 불거진 ‘헬기 구조 지연 의혹’의 당사자로, 임군은 구조 당시 맥박이 살아 있었음에도 20분 만에 병원에 도착할 수 있는 헬기가 아닌 함정을 통해 옮겨졌다.

임군이 타지 못한 헬기에는 김 해경청장과 김 서해해경청장이 탄 것으로 조사됐다.

전씨는 또 “단지 진상규명 하나 하겠다고 2014년 4월16일부터 이렇게 거리에 나와 있다”고 했다.

전씨의 옆에는 또 다른 단원고 학생 피해자 고(故) 김시연양의 어머니 윤경희씨가 함께해 힘을 보탰다.

윤씨는 4·16세월호가족협의회에서 대외협력부장을 맡고 있다.

그는 ”경빈이 (구조) 영상을 보면서 다른 엄마·아빠도 내 아이가 거기 누워 있는 것처럼 보여 충격을 많이 받았다”며 ”저 시간에 내 아이도 살아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눈물을 보였다.

이어 ”지난 3월부터 특수단을 요구했는데 저희에게 어떤 귀띔도 없이 뉴스 속보를 보고 알아 당황스러웠다”며 “경빈이 일이 알려지고 사전 준비도 없이 출범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우려했다.

전씨 역시 “검찰이 이 전에 충분히 할 수 있었음에도 아무것도 안 했다는 의구심이 있다”며 “이번에는 저희가 이쯤 했으면 최선을 다했다고 느낄 때까지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어가면서 (진실을) 밝혀나갔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한윤종 기자 hyj070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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