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3 (수)

"임금피크제 특별퇴직 요건 안 지켰다"… 하나銀 2심도 패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계약직 채용 조항이 쟁점
은행측 "의무 아닌 기회 부여"
前노조위원장 확인서 제출했지만
法 "재채용 의무…33억 배상을"


임금피크제 특별퇴직 요건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법정 공방에 휘말린 KEB하나은행이 다시 한 번 고배를 마셨다.

하나은행 측은 임금피크제 계약을 주도했던 전 노조위원장을 법리공방에 참여시키는 등 초강수를 뒀지만 법원은 이번에도 퇴직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같은 취지의 소송이 이어지고 있어 하나은행이 부담해야 하는 배상액은 규모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특별퇴직자 채용해야…33억 배상"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부(윤승은 부장판사)는 하나은행 퇴직 은행원 79명이 하나은행을 상대로 낸 고용의무이행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퇴직 은행원들에게 총 33억63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합병 전 한국외환은행에 입사한 퇴직 은행원들은 지난 2015년 하반기를 앞두고 임금피크제도 적용 나이(만 56세)가 되면서 '특별퇴직'을 결심했다. 2009년 노사합의로 작성된 '임금피크제도 개선안'에 따르면 임금피크제도와 특별퇴직 중 특별퇴직을 선택할 경우 별정직원(계약직)으로 채용되는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하나은행은 특별퇴직을 선택한 이들 중 대부분을 별정직원으로 재채용하지 않았다. 하나은행 측은 "특별퇴직자에게 재채용 신청 기회만 부여하는 것이지 재채용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때문에 이들을 재채용하지 않은 것 역시 정당한 결정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임금피크제 개선안과 하나은행이 고지한 안내문에 따라 퇴직 은행원들을 재채용할 의무가 있다"며 "이를 이행하지 않은 이상 퇴직 은행원들에게 임금과 퇴직금 상당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심사 결과 결격사유가 있는 이들을 재채용하지 않은 것'이라는 하나은행의 주장에 대해선 "재채용 심사 내역과 절차를 밝혀달라는 퇴직 은행원들의 요구에 대해서도 하나은행은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前노조위원장까지 나섰지만…

하나은행은 원심 판결을 뒤집기 위해 임금피크제 특별퇴직 계약을 주도했던 전 노조위원장으로부터 사실관계 확인서를 받아 재판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당시 노조의 대표자로 계약을 주도했던 전 노조위원장은 이번 항소심에서는 하나은행 측의 주장에 힘을 보탠 것으로 알려졌다. 전 노조위원장은 현재 하나은행의 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이 같은 '초강수'에도 법원의 판단이 사실상 유지되면서 하나은행의 근심은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은행은 같은 취지의 소송 5건을 진행 중이다. 모두 퇴직 은행원들의 임금피크제 특별퇴직 요건 보장 여부를 다투는 것이다. 5건의 소송에 참여한 퇴직 은행원들이 100명을 넘어선 가운데, 판결이 확정될 경우 하나은행이 부담해야 할 배상액 규모는 100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가장 먼저 판결이 나온 소송은 지난 2016년 특별퇴직을 선택한 퇴직 은행원들이 제기했다. 이 역시 하나은행이 특별퇴직 요건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하나은행은 1심에서 승소했지만, 항소심에서 원심이 뒤집혔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노사합의 내용 중 재채용 부분은 재채용 신청의 기회만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특별퇴직자를 재채용할 의무를 부과하는 취지"라고 판단했다. 하나은행은 이 같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했고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