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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제2 워터게이트" vs "마녀사냥"…트럼프 탄핵 본게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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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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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원 정보위원회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조사와 관련해 13일(현지시간) 공개 청문회의 막을 올렸다. TV로 생중계된 이날 청문회에는 윌리엄 테일러 주우크라이나 미국대사 대행과 조지 켄트 국무부 부차관보가 출석했다. 지난 9월 24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탄핵조사 개시를 전격 선언한 뒤 50여 일간 '예열'을 끝내고 본게임이 시작된 셈이다. 비공개 청문회 녹취록을 매일 하나씩 오픈했던 민주당은 공개 청문회도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살라미' 방식으로 실시하면서 탄핵 여론 몰이를 본격화하겠다는 포석이다. 250시간 TV 중계로 여론 몰이를 했던 1973년 '워터게이트 청문회'를 재연하는 것이 민주당의 1차 목표다.

다음주엔 증인 8명이 줄줄이 하원 정보위가 주최하는 공개 청문회 무대에 오를 전망이다. 민주당이 소환할 예정인 청문회 핵심 증인은 알렉산더 빈드먼 중령을 비롯해 고든 선들랜드 주유럽연합(EU) 미국대사, 커트 볼커 전 우크라이나 특사 등이다. 빈드먼 중령은 '소신 발언'으로 유명세를 탔고, 선들랜드 대사는 대가성을 시인하는 쪽으로 입장을 번복한 바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청문회를 앞두고 각각 대책 회의를 열고 예행 연습까지 했다. 먼저 민주당은 연쇄 청문회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적인 이득을 얻기 위해 우크라이나 정부를 상대로 대선 라이벌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조사를 요구했다는 점을 대중에게 각인시킬 계획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성사, 군사원조 보류 등 대통령에게 부여된 외교 권한을 지렛대로 삼았다는 것을 드러내겠다는 생각이다. '대가성 거래'를 의미하는 '퀴드 프로 쿼(quid pro quo)'의 존재를 명확히 함으로써 탄핵 사유를 분명히 하겠다는 의미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가 의회 조사를 방해하기 위해 증거를 은폐하고 관련자들을 압박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사법방해죄까지 구성할 여지가 생긴다. 정보위 소속인 에릭 스월웰 민주당 의원은 이날 "증인들이 미국 국민 앞에서 그들이 목격한 '갈취 계획'을 펼쳐놓을 시간"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창'에 맞서는 공화당의 '방패'도 윤곽을 드러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하원 공화당 의원들은 대응 전략을 담은 18쪽 분량의 메모를 회람했다. 메모의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은 순수한 의도에서 우크라이나 측에 조사를 요청했을 뿐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단순한 논리로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우크라이나의 부패에 대해 깊은 회의감을 가졌으며 군사원조를 보류했던 것은 전적으로 합리적 결정이었다는 논리를 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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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JFK국제공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워싱턴DC 백악관으로 돌아가기 위해 전용기 에어포스원 쪽으로 걷고 있다. [로이터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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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공화당은 이번 사건에 대해 불리한 증언을 하는 관료들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감이 있는 세력으로 몰아가겠다는 전략이다. 또 증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진짜 의도를 알지 못한 채 2차 정보에 의해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일종의 '낙인찍기' 전술인 셈이다. 탄핵 대응을 총지휘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역사상 최악의 마녀사냥"이라는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그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서커스단이 마을에 왔다. 또 다른 마녀사냥일 뿐"이라는 숀 해니티 폭스뉴스 앵커의 글을 인용한 뒤 "숀은 놀라운 전사"라고 칭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의 '단일대오'를 강조하고 있지만 공화당 외곽은 물론 백악관 내부에서도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탄핵 대응을 놓고 멀베이니 대행과 팻 시폴론 법률고문이 갈등을 빚고 있다고 보도했다. 물론 백악관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익명의 제보자 정보를 신뢰했다는 이유로 정보기관 감찰관인 마이클 앳킨슨을 해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가는 이처럼 탄핵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일단 '재탕 청문회'인 셈이어서 여론의 관심도가 떨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하원에서 탄핵이 결정된다 해도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을 통과할 가능성은 여전히 제로에 가깝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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