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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공정위 "경쟁입찰시 일감몰아주기 제재 예외"..담합 등 풍선효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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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총수일가 사익편취 심사지침 개정

수의계약에서 경쟁입찰로 유도..일감 개방

경쟁입찰 취하면서 담합하는 기업도 발생

내부거래 비중 줄이려고 공공입찰 저가수주도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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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앞으로 대기업이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입찰 방식으로 계열사간 내부거래를 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몰아주기 제재 감시망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공정위는 경쟁입찰방식을 확대해 대기업들이 SI(시스템통합), 광고, 부동산광고 계열사들을 통해 총수일가에 일감을 몰아주는 관행을 줄이고, 외부 회사에 일감을 개방하는 방식으로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부득이하게 수의계약이 필요한 사업도 적지 않아, 자칫 담합 등 ‘풍선효과’가 조장될 우려도 제기된다.

◇“경쟁입찰하면 타사업과 합리적 고려나 비교 없이 내부거래 가능”

공정위는 이같은 골자의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행위(총수일가 사익편취) 심사지침’ 제정안을 마련해 오는 27일까지 행정예고 한다고 13일 밝혔다.

심사지침은 공정위가 사건에 대한 심의를 할 때 적용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공정위는 그간 일감몰아주기 규정이 모호하다는 지적에 따라 심결례, 판례 등을 종합했다. 일감몰아주기 제재에 대한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겠다는 의도에서다.

대기업들은 사업 시너지 등을 이유로 계열사와 내부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금액은 198조6000억원에 달한다.

내부거래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공정위는 총수일가 지분이 많은 특정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총수2세 승계 작업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제재를 하고 있다. 공정위가 제재를 할 수 있는 것은 부당한 내부거래다.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거래되는 정상가격보다 비싸게 거래하면서 총수일가 계열사에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일감을 몰아줄 경우 공정위는 엄중 제재하고 있다.

공정위는 합리적 고려나 다른 사업과 비교없는 상당한 규모의 거래도 금지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번 지침 개정을 통해 대기업들이 실질적인 경쟁입찰을 거칠 경우에는 합리적 고려나 비교를 통해 내부거래로 한 것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합리적 고려나 비교란 △시장조사를 통해 시장참여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 △시장참여자로부터 제안서를 제출받는 등 거래조건을 비교 △합리적 사유에 따라 거래 상대방을 선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공정위가 최근 일감몰아주기 제제 방식에서 벗어나 일감개방 방식으로 정책을 전환하는 것과 관련이 깊다. 공정위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시절 현대·한진·하이트진로·효성·대림·태광그룹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행태에 칼을 댔고, 현재 금호, 하림, 한화 등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공정위가 모든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일일이 제재하기는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에 적절한 시그널을 주면서 대기업이 일감을 개방하는 방식으로 유도하겠다는 취지로 정책 전환을 한 셈이다. 경쟁입찰을 하다보면 내부 계열사 외에도 외부 회사들이 사업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담합에..공공입찰 저가주주에..‘풍선효과’도 나와

다만 기업들은 수의계약이 불가피한 분야가 있는데도 공정위가 무리하게 경쟁입찰을 강요한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이를테면 SI(시스템통합)기업은 보안을 이유로 계열사와 내부거래를 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풍선효과’도 발생하고 있다. 최근 LG CNS는 LG유플러스의 인터넷데이터센터 입찰에 뛰어들면서 다른 사업자와 담합을 통해 낙찰을 받다 공정위에 적발되기도 했다. 공정위 일감몰아주기 제재를 피하려다 담합이 조장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삼성SDS는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공공입찰에 뛰어들면서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막강한 자본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쟁사보다 낮은 가격으로 수주전에 끼어들자 다른 SI기업들의 먹거리를 뺏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한 SI업계 관계자는 “공공입찰도 적정 수준의 가격이 형성돼야 수익이 나는데, 최근 삼성SDS의 행보는 자사엔 유리하겠지만, SI 생태계를 파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기본적으로 SI기업은 대기업이 보유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공정위는 ‘보안성’이 인정될 경우 일감몰아주기 제재를 하지 않는다. 공정위는 이번 지침 개정을 통해 보안장치를 사전에 마련해 정보보안을 유지할 수 없거나, 시장에서 외부업체와 거래하는 사례가 없을 경우에 한해 보안성을 인정하기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오라클 등 다른 IT기업들이 SI업무를 대신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대기업은 계열사를 통해 SI업무를 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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