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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경제신문은 내친구] WTO 개도국 지위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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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기사 이렇게 읽어요 ◆

매일경제

농민단체 회원들이 WTO 개도국 포기 방침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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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우리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1995년 WTO 가입 시 적용받았던 개도국 지위가 24년 만에 사라진 것입니다. 한국은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할 때 농업 분야에서만 개도국 지위를 적용받기로 했습니다. 이번에 농업에서도 개도국 지위를 내려놓았지만 문제는 졸지에 선진국들과 경쟁하게 된 국내 농업의 반발입니다.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외국의 농업과 달리 국내는 여전히 영세한 농가가 대다수입니다.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 무엇이 달라지나요.

▷개도국은 선진국에 비해 높은 수입관세를 매길 수 있습니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수입물량을 제한하는 세이프가드 적용도 받지 않는 특혜를 가집니다. 향후 협상을 앞두고 있는 수산물 보조금이나 전자상거래 보조금 협상에서도 선진국보다 더 긴 이행 기간을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통상 분쟁 시 분쟁패널이 설치되면 개도국 출신 패널을 보장받는 등 이점도 있습니다.

―한국은 그동안 어떤 개도국 특혜를 누려왔나요.

▷1995년 WTO가 출범할 때 한국은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고 이듬해인 1996년 OECD에 가입할 때 농업과 기후변화 분야에서만 개도국 지위를 주장할 것이라고 약속하게 됩니다. 당시에도 한국의 높은 경제성장 때문에 개도국 지위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농민들의 분신 시위 등이 잇따르면서 정부가 국제사회에 호소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WTO 개도국 지위가 국제적 이슈로 떠오른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비롯한 소위 '잘사는 나라'들을 향해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라며 지난달 23일까지를 시한으로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국은 미국이 제시한 개도국이 될 수 없는 4가지 조건인 △OECD 회원국 △주요 20개국(G20) 국가 △세계은행(WB) 분류상 고소득 국가 △세계 무역 비중 0.5% 이상인 국가에 모두 해당되는 유일한 나라입니다. 그만큼 미국의 압박이 거셌던 데다 최대 25% 폭탄 관세를 물릴 수 있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한국산 자동차에 매기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개도국 지위 포기가 국내 농업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가요.

▷만약 WTO 농업 협상이 이뤄질 경우 개도국 지위 포기로 수입 급증 시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특별세이프가드(SSG)나 특별 품목 지정으로 관세를 유지할 수 있는 혜택 등을 받을 수 없게 됩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쌀 관세율 513%와 총 1조4900억원 규모 농업보조금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개도국 지위 포기로 당장 우리나라의 쌀 관세가 무력화되거나 보조금 인하로 이어질 일은 없다는 게 정부 설명입니다. 실제 WTO 농업 협상인 도하개발어젠다(DDA)는 회원국 간 이견으로 무려 19년째 진전이 없는 상태입니다. 문제는 언제 재개될지 모르는 농업 협상에 대비해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일입니다.

―정부는 어떤 대책을 준비 중인가요.

▷정부는 향후 농업 협상이 이뤄지더라도 최대한 쌀 같은 민감 품목을 보호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당장 내년도 예산안에 농업 분야 예산을 올해보다 4.4% 늘어난 15조3000억원을 편성했습니다. 또 WTO 협정에 위배되지 않는 공익형 직불제를 도입해 농가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정부의 약속과 달리 수십 년째 제자리인 농업 경쟁력을 감안하면 정부가 땜질 처방에만 급급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임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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