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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車시장 일본계가 98% 점유… 넘어야 할 ‘산’ [아세안을 기회의 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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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 부품수급 등 강점… 도요타 등 선호 / 日 견제·보호주의 맞설 정부 지원 절실

세계일보

‘2022년 462만대, 사실상 일본기업이 지배’(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자동차시장 상황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지금 세계 자동차 제조사들은 미·중 무역전쟁 등 보호무역 기조 확산, 이로 인한 세계 경기 침체와 판매 부진·수익 악화의 장기화, 전동화·자율주행 등 미래차로의 급속한 전환 등 존립을 위협받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처럼 통제가 불가능한 대외변수를 제외하면 미래차 준비와 함께 가장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 신흥시장 공략이며, 그중에서도 아세안 시장은 최우선 순위로 꼽힌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아세안 주요 5개국 자동차시장은 2022년 462만대에 도달할 전망이다. 지난 2016년 증가세로 전환한 아세안 시장은 연평균 5.6%의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어 내년이면 4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는 10.1% 증가율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인도네시아는 아세안에서도 가장 큰 시장이다. 올해 128만대에서 2022년 154만대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성장률 면에서는 필리핀과 베트남이 연평균 6%대 고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이 수출 증가로 이어지고 각국이 투자환경을 개선하면서 민간투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고용 안정이 소득 증가, 중산층 확대로 선순환하는 곳이 아세안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5개국 정부 모두 자동차산업을 경제 발전의 주요 수단으로 육성 중이다. 산업기반이 가장 발달한 태국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을 모색 중이고, 필리핀과 베트남은 취약한 산업기반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소형 해치백 등에 사치세 10%를 면제해주고 중장기적으론 부품산업 육성에 집중하는 내용의 차산업 발전 로드맵을 시행 중이다.

기회인 것은 분명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아세안 자동차시장을 보면 도요타와 혼다, 미쓰비시 등 일본업체 점유율이 78.2%에 달한다. 현대·기아차는 겨우 10위권을 유지하는 수준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일본계가 98.6%에 달하는데 도요타(38.5%), 다이하쓰(19.2%), 혼다(19.0%), 스즈키(9.8%), 미쓰비시(5.4%) 등 순이다. 동남아의 한 여행사 관계자는 “소득수준을 감안하면 자동차는 사치품”이라며 “그런 귀한 물건을 구입하는데 AS(애프터서비스) 부품 수급도 안 될 비일본계 차를 살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GM과 포드 등 미국업체가 구조조정 측면에서 아세안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이를 틈타 일본은 태국 외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으로 투자를 확대하며 시장 지배력 강화의 계기로 삼는 모습이다. 중국사업을 구조조정해 신흥시장으로 저변을 넓혀야 할 현대차그룹과는 한판 승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글로벌경영연구소 관계자는 “일본의 견제와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아세안 각국 정책이 동시에 강화하는 중”이라며 “이들 국가와 우호적 관계를 바탕으로 일본을 넘어서려면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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