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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멕시코 망명한 모랄레스 “투쟁 이어 나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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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상원 부의장 임시대통령 자처/ 정치 공백으로 정국혼란 계속돼/ 모랄레스 , 트위터로 “쿠데타” 비난

세계일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


대선 부정 논란으로 사임한 좌파 지도자 에보 모랄레스 전 볼리비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멕시코로 망명했다. 그러자 야당 상원 부의장은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고 나섰다. 하지만 14년 장기집권한 중남미 현역 최장수 지도자의 권력공백은 볼리비아 정국을 또 다른 혼돈으로 몰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 B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망명길에 오른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멕시코 공군 항공기를 타고 이날 낮 수도 멕시코시티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도착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내 목숨을 구해줬다”며 멕시코 정부에 감사를 표하는 한편, “살아있는 한 정치를 계속하겠다,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자신이 대선에서 승리했음에도 경쟁자들의 쿠데타로 축출됐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그는 지난 10일 사퇴 의사를 밝히기 전 한 군부 인사가 자신의 머리에 5만달러(약 5800만원) 가격이 매겨져 있다는 메시지를 보여줬다고 말하며 쿠데타 모의자들에 의해 목숨을 위협받았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대선에서 4선 연임에 도전한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반정부 시위에 이어 군과 경찰마저 사퇴를 요구하자 자리에서 내려왔다.

세계일보

아녜스 부의장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망명 당일인 이날 저녁 의회에서는 우파 야당 사회민주주의운동 소속의 자니네 아녜스 상원 부의장이 “즉시 대통령으로 취임하겠다”고 밝혔다. 임시 대통령을 선언한 것이다. 아녜스 부의장은 가능한 한 빨리 대선을 다시 치르겠다고 약속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소속된 집권 다수당인 사회주의운동(MAS)의 보이콧으로 의사정족수를 채우지 못했음에도 아녜스 부의장은 이날 취임을 강행했다. 아녜스 부의장은 이에 앞서 공석인 상원의장직을 먼저 승계했다. 볼리비아에서는 대통령 유고 시에 부통령, 상원의장, 하원의장 순으로 대통령 권한을 이어받게 돼 있는데 이들은 모두 모랄레스 사퇴 전후로 물러난 상황이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아녜스 부의장이 대통령을 자처한 것은 헌법 위반이라며 “역사상 가장 교활하고 가증스러운 쿠데타”라고 비난했다. 모랄레스 지지자들은 아녜스의 임시 대통령 취임 사실이 알려지자 의회 밖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임국정 기자 24hou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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