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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ESC] 수능에 대한 수능, 풀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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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수능 성적을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정시모집 비율은 22.7%이다. 일 년에 딱 한 번 치르는 수능 성적만이 대학입시를 좌우하던 시절은 오래전 얘기다. 그래도 수능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높다. 응시자가 감소하는 추세지만, 올해도 55만명에 가까운 인원이 수능에 응시했다. 최근 3년간 결시율인 약 10%를 어림잡아 적용해도 49만명가량이 오늘 시험을 치른다.

교과과정과 대입정책의 변화에 따라 수능도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수험생을 응원하는 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곧 수험생이 될 고등학교 후배들이 수능 시험장 앞에서 다양한 문구를 적은 플래카드를 들고 ‘고3’ 선배들을 응원한다. 물론 시험을 치르는 이는 현역 ‘고3’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2019학년도 수능 접수 현황에서 출신별 통계를 보면 재학생이 75.3%, 졸업생은 22.8%, 나머지 1.9%는 검정고시와 그 외 학력인정 평생학교를 수료한 이들이다. 이 중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일성여자중고등학교는 수능 최고령 응시생을 다수 배출했다. 2014학년도 수능을 치른 이선례(당시 77), 2015학년도 조희옥(당시 81), 2018학년도 이명순(당시 86)씨가 늦은 학업을 마치고 수능 시험장을 찾았다. 수능 응시에는 나이 제한이 없다.

1993년 8월20일. 1994학년도 1차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었고, 26년이 흘렀다. 수능을 본 기억이 까마득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제처럼 생생한 이도 있을 터. 위 그림에서 시험실 풍경을 찬찬히 들여다보자. 평소 교실이라면 벽시계가 이상할 게 없지만, 수능 시험실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응시생은 모두 자신이 준비해 온 아날로그 시계를 사용해야 하며, 원래 교실에 걸려 있던 벽시계는 시험 전에 모두 철거된다. 이유가 있다. 전국 각 시험실의 시계가 오차 없이 같은 시각을 가리키지 않는다면, 시험실별로 손해가 있을 수 있다. 또 어떤 교실의 벽시계가 하필 수능 시험 중에 건전지 수명이 다해 시곗바늘이 멈췄다고 생각해보자. 그 시계를 보면서 문제를 풀고 답안지를 작성하던 응시자는 시간 배분을 잘못해서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시계와 관련한 사고나 불이익의 책임을 응시생 개인이 지도록 하는 조치인 한편, 시계를 보는 동작 등이 부정행위에 이용될 가능성을 차단하는 규정이기도 하다.

38살 주부가 늦깎이 대학생이 되는 2015년 드라마 <두 번째 스무살>에는 주인공이 수능을 보는 장면이 나온다. 해당 시험실 벽에 떡하니 걸려 있던 벽시계. ‘옥에 티’다. ‘도깨비 신부’도 수능을 봤다. 드라마 <도깨비>에서 ‘고3’ 수험생 지은탁(김고은)은 늙지도 죽지도 않는 존재, 도깨비 김신(공유)에게 수능 정답을 아느냐 묻는다. “불러줄까? 먼저 언어영역…….” 김신이 입을 열자 은탁은 손사래를 치고 자신의 능력대로 시험을 친다. 사실, 도깨비가 언어영역 정답을 불러줬대도 쓸모는 없다. 은탁이 응시한 시험은 2017학년도 수능이었고, 2014학년도부터 언어영역은 국어로 과목명이 바뀌었다. 전능한 존재라도 수능 세대 차이는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준비했다. 지금의 수능, 그리고 26년간 변해온 수능의 이모저모를 묻는 문제다. 이름하여 ‘수능 수학능력시험’이다. 문제 출제에 앞서 지난 수능 기출문제를 풀어보았다. 고난도 ‘킬러문항’으로 꼽히는 ‘국어 31번’까지 가기도 전에, 난해한 지문들을 읽다 시험지를 붙들고 애원했다. “로봇세가 뭐야……. 도입하지 마.” 박태원의 <천변풍경>과 영화 <오발탄>의 시나리오를 엮은 문제는 지문 길이만 한장을 훌쩍 넘는다. 풀다 보면 절로 수험생을 응원하게 된다. 부디 올해 응시자들 모두 무사히 시험을 치르기를.

유선주 객원기자 oozwish@gmail.com, 일러스트 백승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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