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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우리는 아무죄가 없습니다” 법정에서 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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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아무런 죄가 없습니다. 30년 동안, 90살이 넘도록 죽음 다해 외쳤습니다.”

중앙일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오른쪽부터), 길원옥, 이옥선 할머니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일본 정부 대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재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2016년 12월에 제기됐으나 그동안 한 차례도 재판이 열리지 못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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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91) 할머니는 3년 만에 열린 첫 재판에서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방청석에도 훌쩍거리는 소리가 가득했다. 변호인단도 눈물을 훔쳤다.

2016년 12월 28일, 이 할머니를 비롯한 생존 피해자 11명과 이미 세상을 떠난 피해자 6명의 유족을 포함한 20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1인당 2억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소장 송달을 거부해 재판은 3년 동안 열리지 않았다.

결국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유석동 부장판사)는 공시송달 절차를 진행해 13일 첫 재판을 열었다. 공시송달이란 소송 상대방의 주소를 모르거나 서류를 받지 않고 재판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 등에 게재한 뒤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고 재판을 진행하는 제도다. 재판장은 “공시송달을 통해 일본도 알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재판을 시작했다.



할머니들 “일본, 당당하면 재판 나와야”



이날도 재판장에서 일본 정부 측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재판에는 원고 중 생존자인 길원옥, 이용수 할머니가 출석했다. 해당 소송 원고는 아니지만 다른 위안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인 이옥선 할머니도 법정에 섰다. 90세가 넘는 나이에 거동이 불편해진 할머니들은 휠체어를 타거나 느릿한 걸음으로 법정에 들어섰다.

이 할머니는 발언의 기회를 얻자 의자에서 일어나 법정 바닥에 주저앉아 “현명한 재판장님, 우리는 아무 죄가 없습니다”라며 “일본은 당당하다면 재판에 나와야 한다”고 울부짖었다. 이 할머니는 14살에 일본에 강제로 끌려가 전기고문을 당하는 등 고초를 겪다 1946년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 할머니가 말하는 동안 옆에서 조용히 눈물을 닦던 이옥선 할머니도 “(일본 정부가) 할머니들이 다 죽기를 기다리는데, 다 죽어도 일본은 해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장은 할머니들의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침통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다 “말씀은 잘 알아들었다”고 말했다.



향후 재판 쟁점은 ‘주권면제 원칙’



향후 재판에서는 주권면제 원칙이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주권면제란 다른 나라가 자국의 국내법을 적용해 다른 나라에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원칙이다. 위안부 피해자 측은 일본군 위안부를 동원한 일본 정부의 불법행위가 국내에서 일어났고 불법성이 큰 반인륜적 범죄인만큼 해당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국가면제(주권면제) 이론이라는 큰 장벽과 관련해 설득력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고 변호인들에게 당부했다.

피해자들의 법률 대리인단의 이상희 변호사(법무법인 지향)는 이와 관련해 국제법 전문가인 한국의 백범석 경희대 교수와 일본의 아베 고우키 가나가와대학 교수를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피해자들의 구술을 연구해온 전문가들도 증인으로 신청할 계획이다.

한편 피해자 측은 일본으로부터 금전적 보상을 받는 것이 소송의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했다. 이 변호사는 “72년 전 침해된 인간 존엄성을 회복하기 위해, 국내·국제법상 일본의 책임을 분명히 하기 위해 소송을 냈다”며 “일제에 의해 인격이 부정된 피해자들에게 대한민국 헌법이 인권을 회복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내년 2월 5일 두 번째 변론기일을 열기로 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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