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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사설]나경원 검찰 출석, 패스트트랙 수사 해 넘기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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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3일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에 출석했다. 나 원내대표는 “공수처와 비례대표제를 통해 권력을 장악하려는 여권의 무도함에 대해서 역사가 똑똑히 기억하고 심판할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의회민주주의를 저와 자유한국당은 반드시 지켜낼 것”이라고 했다. 검찰 문턱을 밟으면서까지 정치적 구호를 되풀이한 그에게선 국회를 아수라장으로 만든 데 대해 일말의 반성하는 모습도 찾아볼 수 없다. 그는 검찰에서 원내사령탑인 자신에 대한 조사로 고소·고발당한 나머지 한국당 의원 59명에 대한 조사를 갈음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결국 정치적으로 어물쩍 뭉개고 넘어가자는 것인데,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한국당은 지난 4월 자기들 마음에 들지 않는 법안을 발의한다고 국회 의안과를 점거해 접수조차 못하게 하고, 팩스로 제출된 법안을 빼앗고, 회의 진행을 막고, 다른 당 의원을 의원실에 감금하는 등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도저히 정치적 행위라 할 수 없는, 야만적인 폭력이었다. 그러고는 막상 수사가 진행되니 온갖 핑계로 소환 요구에 불응하며 법 위에 군림하는 태도로 일관해 왔다. 일반 시민이 그랬다면 당장 체포하라고 경을 쳤을 것이다. 나 원내대표는 그런 의원들에게 내년 총선 공천 시 가산점을 주겠다고까지 했다. 조국 전 법무장관 수사에는 줄곧 엄정한 법 집행을 외쳐온 의원들이 자신들의 문제에는 눈을 빤히 뜬 채 법치를 유린하고 있다. 이런 오만과 이율배반이 없다.

국회 패스트트랙은 여야 간 법률안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폭력으로 밀어붙이거나 회의장을 점거하는 야만적 충돌사태를 더 두고볼 수 없다는 반성 끝에 마련한 제도다. 유죄가 확정되면 최대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도록 엄격한 처벌규정을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국회폭력을 막기 위해 만든 그 제도마저 폭력으로 짓밟고, 폭력의원들이 아무 처벌도 받지 않고 넘어간다면 선진화법은 휴지 조각이 되고 같은 행위가 되풀이될 것이다.

불법을 저질렀으면 누구라도 응당한 법적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검찰은 추호의 관용이나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법의 엄중함을 보여줘야 한다. 이번 수사는 단순 폭행이 아니라 국회 선진화법이 계속 유지되느냐, 의회민주주의를 지키느냐의 중대 과제가 걸려 있다. 한데도 수사를 시작한 지 벌써 7개월이 지났다. 더 이상 질질 끌면 검찰도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또다시 소환에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받아서라도 강제수사에 나서야 한다. 내년 선거철에 들어가면 또 무슨 핑계로 버틸지 모른다. 그 전에 매듭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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