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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슬기로운 전자파 생활](2)UC버클리대 교수 “휴대전화 전자파, 암 유발 입증”…유해성 알 수 없다는 미국 정부에 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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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구기관 “전자파 쏘인 쥐 희귀암 발병했지만 인간과 연계 안돼”

5G 시대, 현재 쓰는 극초단파보다 주파수 더 높은 ‘밀리미터파’ 우려

경향신문

현재 전 세계 인구는 77억명. 휴대전화 보급 대수는 50억대나 된다. 가히 지구는 ‘휴대전화 행성’이라고 부를 만하다. 한국 상황은 더 특별하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퓨 리서치에 따르면 한국의 휴대전화 보급률은 100%이며 이 중 95%는 스마트폰이다. 인터넷이 연결되는 스마트폰은 사람의 손과 주머니, 귀에서 떨어질 새가 없다. 휴대전화가 삶 속에 깊이 들어오면서 같이 커져 온 걱정거리가 바로 전자파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나온 한 연구 결과는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 준다.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조직인 국립독성학프로그램(NTP)이 2G와 3G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무선 주파수 방사(RFR)’, 간단히 말하면 전자파를 쥐들에게 장기간 쏘였더니 암이 발생했다는 결과를 지난해 11월 최종 보고서로 채택했다. 3000만달러가 투입된 이 연구에서는 쥐들을 특수한 방에 위치시킨 뒤 2년간 전자파를 쏘였다. 그랬더니 일부 수컷 집쥐의 심장을 둘러싼 조직에서 희귀암이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NTP는 “실험 쥐들이 노출된 전자파의 수준은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쓸 때보다 훨씬 강했다”며 “인간의 휴대전화 사용 태도와 연관 지어 또 다른 결과를 추론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전자파가 쥐에게 문제를 만든 건 분명하지만, 사람에게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는 쪽에 무게를 둔 것이다.

NTP는 사실상 미국 정부의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최근 이 같은 태도에 반기를 드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자파와 암 발병 간의 관계를 부정하는 쪽에 가까웠던 미국 정부의 입장에 균열이 생기고 있는 셈이다. 기자와 미국 현지에서 만난 조엘 모스코비츠 UC버클리 보건대학원 교수(사진)는 NTP의 연구 결과에 대해 “휴대전화 전자파에 장기간 노출되면 암이 유발된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스코비츠 교수는 캘리포니아 주정부와 버클리시가 전자파에서 주민을 보호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과 조례를 공개하거나 제정하도록 이끌었고 언론을 통해 전자파 규제의 강화를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행동하는 과학자다.

모스코비츠 교수는 “2G와 3G 기술의 해로운 영향에 대해선 많은 증거가 있지만, 등장한 지 10년 된 4G에 대해선 특별한 연구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산업계의 압력에 직면한 미국 정부가 휴대전화 전자파의 유해성을 염두에 둔 연구 지원을 소홀히 하는 점이 중요한 이유라는 지적이다.

최근 5G 역시 유해성 검증이 안돼 있긴 마찬가지다. 모스코비츠 교수는 5G 시대에 사용하게 될 28㎓ 주변의 ‘밀리미터파’를 특히 우려했다. 그는 “밀리미터파로 인해 피부, 눈은 물론 고환, 땀샘, 말초 신경계가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며 “몸 전체에서 생화학적 변화와 면역 체계 이상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밀리미터파는 현재 휴대전화에서 쓰는 극초단파보다 훨씬 주파수가 높다.

한국 정부와 과학계는 5G 전자파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면서도 주파수가 높을수록 피부에 침투하는 깊이가 얕아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5G가 뇌암처럼 조직 깊숙한 곳에서 생기는 문제를 만들 공산은 적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피부나 안구에 주로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하지만 미국의 행동주의 과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그 해악이 결코 작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버클리 |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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