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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확신과 과신] 역차별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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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 6개월 동안 작은 인쇄소 주인은 직원에게 시간당 9달러를 지급했습니다. 인쇄소 사업은 만족스럽지만, 최근 근처의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도시 실업률이 크게 올랐습니다. 이로 인해 주변 소규모 상점들은 시간당 7달러에 직원을 채용하기 시작합니다. 인쇄소 주인도 임금을 9달러에서 7달러로 내리기로 합니다."

여러분은 인쇄소 주인의 결정을 불공정하다고 느끼십니까. 문제를 조금만 바꾸겠습니다. "6개월 동안 일하던 직원은 인쇄소를 떠났습니다. 인쇄소 주인은 새로 채용한 직원에게 시간당 7달러를 지급하기로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합니까.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과 리처드 세일러의 연구에 따르면,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83%가 불공정하다고 답했습니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27%만이 불공정하다고 답했습니다. 지난 6개월 동안 9달러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응답자 다수는 직원이 9달러를 받을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이 권한이 새로운 직원에게 이전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합니다.

공정성의 평가는 누가 어떤 권한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인식에 달려 있습니다. 비슷한 상황을 두고 서로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정도가 다른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권한에 대한 인식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됩니까. 최후통첩게임 실험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제시합니다.

제안자 갑은 주어진 돈을 임의로 짝지어진 상대방 을과 어떻게 나누어 가질지를 결정합니다. 예를 들어, 10달러를 가진 갑이 그중 일부를 을에게 나누어 주면, 을은 갑의 제안을 받아들이거나 거부할 수 있습니다. 을이 받아들이면, 제안된 대로 돈을 나누어 갖습니다. 만약 을이 거부하면, 두 사람 모두 한 푼도 가질 수 없습니다.

연구자들은 서로 다른 두 상황에 대해 실험해 보았습니다. 하나는 10달러를 가진 갑이 5달러 또는 2달러 중에서만 하나를 선택해서 을에게 제안하는 실험이고, 다른 하나는 갑이 2달러 또는 0달러 중에서만 선택해 제안하는 실험입니다. 앞의 경우 2달러를 제시받으면 많은 을이 제안을 거부하고 판을 깹니다. 반면 두 번째 게임에서는 2달러 제안을 받으면 거의 모든 을이 받아들입니다. 같은 액수에 대해서도 문맥과 준거점에 따라 을이 가진 권한과 불공정성에 관한 판단이 달라집니다.

이들 실험은 역차별 논란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평평한 운동장을 준거점으로 삼은 이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불공정하다고 느끼지만,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을 준거점으로 삼은 이들은 평평한 운동장을 역차별이라고 인식합니다. 예를 들어, 소수인종에게 가산점을 주는 미국 대학의 우대 정책에 대해 백인이 역차별을 받는다고 반발하는 이유입니다. 농어촌특별전형에 대해서는 수도권 지역 역차별, 여성고용할당제에 대해서는 남성 역차별,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는 기독교인 역차별처럼 불공정성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불공정하다고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다음 두 가지 경우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십시오. (1) "도시는 상당한 실업과 경기 침체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인플레이션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회사는 올해 임금을 7% 감축했습니다." (2) "도시는 상당한 실업과 12%의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습니다. 회사는 올해 임금 인상 폭을 5%로 제한했습니다."

앞의 경우를 62%가 불공정하다고 답했지만, 다음 경우를 22%만이 불공정하다고 답했습니다. 사실 두 경우에서 실질적인 임금 감소의 크기는 같습니다. 그런데도 응답자의 반응이 다른 이유는 무엇입니까. 예상된 이득의 축소에 대해서보다 손실에 대해 더 강하게 불공정하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기득권을 가진 이들이 더 크고 날이 선 목소리로 역차별 문제를 비판하는 이유입니다.

[김재수 美인디애나-퍼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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