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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필동정담] 세계한글작가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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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의 세계화를 위해 경주에서 문인들이 의미 있는 행사를 열고 있다. 세계한글작가대회다. 손해일 시인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국제펜한국본부에서 주최한다. 올해 5회째로 12일부터 시작해 내일까지 나흘간 이어진다. 12개국에서 온 외국 발표자 43명을 포함해 3000여 명이 참여한다. 개회식 땐 천년 고도 경주에 어울리게 신라왕조 군악대인 고취대를 재현해 환호성을 자아냈다고 한다.

주제는 '한글과 한국문학의 세계화'다. 연사들 중에 우리보다 더 많이 한글을 사랑하고 깨친 이들이 있다. 독일 본대학 알브레히트 후베 명예교수가 대표적이다. 그는 47년 전부터 한글에 빠져 살아왔다. '날개를 편 한글'이라는 강연에서 그는 훈민정음에 담긴 음양오행과 정보기술과의 관계를 풀어낸다. 컴퓨터의 이진법과 음양오행이 통한다며 음양오행설에 근거한 한글이 디지털 문명에 가장 적합한 문자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나리카와 아야 전 아사히신문 기자는 올해 개봉된 영화 '말모이'와 '나랏말싸미' 두 작품에 담겨 있는 한글의 역사를 강연한다. 한자에 얽매여 있는 일본어 글자와 달리 한글은 표기에서 중국 한자로부터 자유로운 형태라는 점을 그는 높게 평가한다. 영국 출신의 가톨릭 수도사인 안선재 서강대 명예교수도 1980년대부터 한국 시를 영어로 옮기다 한국에 아예 정착했고 1994년 귀화했다. 최근 10년간 영어로 번역된 한글 작품은 시집 50여 권, 소설 100여 권에 그친다. K팝과 한류의 범위를 더 넓히려면 한국 문학을 영어로 옮겨 펴내는 작업에 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안 교수는 강조한다.

손해일 국제펜한국본부 이사장은 "한국 문학이 시대를 비추는 거울로서 세계인과 소통하고 영혼을 맑게 하는 구실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주최 측은 이번 행사의 문을 일반인에게도 활짝 열어놓고 있다. 대회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누구나 등록 절차만 거치면 강연도 듣고 유명 작가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 가을 끝자락에 경주에서 한글과 문학을 만끽해보자.

[윤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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