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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기고] 세계적 저성장 장기화 `뉴노멀`에 대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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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인하로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치인 1.25%까지 떨어졌다. 이것은 수출·설비투자 부진이 지속되고 디플레이션이 우려되는 등 악화된 국내 경제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금리를 내리면 투자가 증가하고 소비가 늘어 경기가 상승하고 물가가 오르는 효과를 기대하는데, 지금처럼 저금리 상황에서는 시장에 유동자금이 넘쳐흘러도 투자가 오히려 줄어 기대한 만큼 실물경제 파급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즉 경기부양 효과는 크지 않고 가계부채 문제나 집값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 더군다나 이렇게 계속 기준금리를 낮추어 '제로금리'에 근접하면 정작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한국 경제에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인 한은의 금리 여력이 부족할 수 있다.

그렇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물에 빠진 사람은 우선 살려놓고 보아야 한다는 심정으로 과감한 금리 인하를 함으로써 시장에 대한 정부의 경기활성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보완책으로 재정정책과의 정책 공조를 통해 정책효과를 높일 수 있다. 현 정부도 올해 들어 예산을 조기 집행하고 내년도 슈퍼예산안을 편성하는 등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지금과 같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포퓰리즘식 복지지출이 아니라 성장 잠재력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만드는 생산적 지출에 집중해야 한다. 구조 개혁이 수반되지 않은 재정지출 확대는 높은 수준의 국가부채만을 초래해 재정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일본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또한 재정적자 지속은 구축효과를 통해 민간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위험도 크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와 같은 한계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완화적인 통화정책이나 재정 확장정책은 한시적인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

한은이 최근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보다 0.4% 증가했다고 발표하자 시장에선 올해 연간 기준으로 2%대 성장률의 달성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보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는 각국이 장기간 저성장에 빠지는 '동시적 스태그네이션'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밝혀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이 장기화하는 '뉴노멀' 시대가 도래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리도 경기부양 정책뿐만 아니라 '뉴노멀'에 대비하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본질적인 문제는 나라 경제의 최대성장능력을 나타내는 잠재성장률의 하락이다. 이것은 인구 증가세가 둔해지고, 투자도 하락 추세여서 노동과 자본 투입 기여도가 낮아진 데 기인한다. 그러므로 잠재성장률의 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과거처럼 투입량을 늘릴 수 없기 때문에 투입 효율을 높여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법밖엔 없다.

노동의 투입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동개혁이 급선무이고, 자본의 투입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규제개혁과 기술혁신이 필수다. 현 정부의 친노동·반기업 정책과는 정반대로 기업과 시장의 활력을 되살릴 수 있는 획기적인 정책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시장의 힘을 키워주는 과감한 개혁으로 기업이 고용과 투자에 나설 수 있는 친기업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또한 기술혁신을 통한 신성장동력의 개발을 적극 추진함으로써 미래 먹거리와 일자리를 준비해야 한다.

[강명헌 단국대 명예교수·전 금융통화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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