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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문장으로 읽는 책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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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버지니아 울프라는 이름으로


울프는 낭만주의 예술가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스스로를 채찍질하면서 스스로에게 내기를 거는 경주마 같은 작업자이기도 했다. … 스스로에게 최대의 과제를 부여한 것은 버나드의 마지막 독백을 쓸 때였다. “글이 날렵하게 움직이도록. (반드시) 지금껏 세상에 나온 글 중에서 제일 날렵하도록. 킥킥거리고 재잘거리던 글이 열변을 토하는 글로 날렵하게 움직이도록.”





알렉산드라 해리스 『버지니아 울프라는 이름으로』

편지, 일기, 소설 등의 인용문으로 이뤄진 작가 버지니아 울프 평전이다. 옮긴 이의 말대로 “평전 장르 중에서도 저자의 역할이 최소한에 그치고” “저자의 에디팅 능력으로 인용문이 선명하면서도 친밀하게 느껴진다.” 울프를 그저 이름만 아는 독자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울프는 “글자 하나하나가 활활 타오르는 글”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니는 글이면서 동시에 정확한 글”을 쓰고 싶어했고, 고질적 언어중독자답게 “펜을 보면 나도 모르게 잡게 됩니다. 술잔을 보면 자기도 모르게 잡는 사람들이 있잖아요”라고 했다. 인용문은 소설 『파도』(1931)를 쓸 때 얘기다. 울프는 장애물 넘기 도전처럼 자기 글과 거장의 글을 비교하며 쓸 때가 많았는데, 오전 집필을 마치고 하루에 30분씩 단테의 『신곡-지옥 편』을 읽으면서 서사시적 규모와 리듬감을 비교하기도 했다.

양성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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