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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최준호의 과학&미래] 네이처가 본 한국 수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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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최준호 과학&미래팀장


‘더 많은 한국 교수들이 아이들을 논문의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가 적발됐다. 이런 관행은 아마도 아이들의 대학 입학 기회를 높이기 위해 이용됐을 것이다.’

세계적 학술지가 한국의 대학 입시 날을 알고 그랬을까. 아니면 교수 논문 비리와 ‘조국 사태’를 쭉 지켜본 끝이어서 그랬을까. 수능을 이틀 앞둔 12일 네이처가 온라인 뉴스 코너에서 자녀의 이름을 논문에 올리다 적발된 한국 교수들의 복마전 스토리를 보도했다. 한국 입시의 문제점과 교수들의 부도덕이 전 세계 학계에 낱낱이 까발려진 셈이다.

네이처 기사의 형식은 교육부의 발표를 인용해 교수 자녀 논문 비리 문제를 담백하게 전달하고 있지만, 말미에 KAIST와 성균관대 교수의 코멘트 인용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을 전달했다. “이런 관행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퍼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교생이 연구과정에 제대로 참여할 수도 없고, 또 논문이 입학에 잘못 사용될 수 있으니 대학 입시에 논문 실적을 활용하는 것은 찬성할 수 없다.”

네이처 기사를 쓴 마크 재스트로 기자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신성철 KAIST 총장을 고발한 사건을 연속으로 보도하면서 한국 정부의 무리수를 세계 학계에 알린 인물이다. 당시 보도 이후 한국은 물론 세계 과학자들이 과기부의 무리한 고발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국 과학기술 정책 부처와 학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계적 학술지에 망신을 당한 꼴이다.

오늘은 1년에 한 번 날아오르던 비행기도 멈추고 출근시간도 늦춰진다는 세계 유일 수학능력시험의 날이다. 이 땅의 수많은 아들·딸은 이제 고교 3년의 몸부림을 매듭지으러 고사장으로 간다. 논문은 고사하고 인턴 자리 하나도 소개해준 적 없는 무능한 수많은 아빠·엄마는 도리없이 그저 마음으로만 이들을 응원할 뿐이다. 그 사이 일부 직업인 교수들은 밖으로 나라의 명예를 더럽혔고, 안으로 평범한 시민들을 절망하게 했다. 특권을 등에 업은 사회 지도층의 입시 비리를 일벌백계(一罰百戒)해야 할 이유다.

최준호 과학&미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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