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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e갤러리] 기꺼이 중독되다 검푸른 저 여명에…강승희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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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작

판화작가 명성 내려놓고 '유화' 욕망 따라

40여년 이은 주제 '새벽' 그림으로 되살려

붓·판화도구 함께써…동판 서정성 이어가

이데일리

강승희 ‘새벽-21711’(사진=노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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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다시 하루가 열리는 시간. 하늘과 땅이 밀착한 저 아래, 묵직한 산세가 윤곽을 드러내는 중이다. 산이 가슴 벌려 품은 거대한 도시도 꿈틀대기 시작했다. 한 점씩 밝힌 불빛이 ‘나 살아있음’을 알린다.

어둠이 깨지는 순간을 중독될 듯한 검푸른 색으로 잡아낸 이는 작가 강승희(59·추계예대 교수)다. 작가는 판화작가로 이미 명성이 높다. 서양화를 전공하고도 판화에 매료돼 열정적으로 매달렸던 길이다. 특히 동판화. 수묵화에서 먹이 퍼지는 효과를 극도로 세밀한 판화기법으로 묘사한 ‘새벽’ 시리즈는 동서양 구분 없이 극찬을 끌어냈을 정도.

그러던 그가 불현듯 유화를 향한 욕망을 찾아냈단다.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지난 5년간 물감·캔버스에 치열하게 매달렸다고 했다. 숱하게 밤을 새웠고 새벽이 오는 것을 봤다. 지난 40여년의 주제가 ‘새벽’이었다지만, ‘새벽-21711’(2017)은 그림으로 지새운 그날의 그 새벽일 거다.

작업에는 붓과 함께 판화도구를 함께 썼다는데. 물감을 미는 스크래퍼, 동판을 긁고 닦는 니들·망사 등. 절절하게 흘렸던 판화의 정서를 이들이 고스란히 캔버스로 옮겨온 건 물론이다. 어떤 것도 제대로 볼 수 없지만 모든 것을 다 볼 수 있는 첫새벽. “눈물겹게 얻어낸 서정성”이라 말했던 그 여명을 제대로 봤다.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노화랑서 여는 개인전 ‘강승희’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112.1×162.2㎝. 작가 소장. 노화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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