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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전북 완주 '봉동생강 전통농업시스템' 국가중요농업유산 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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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전북 완주군 봉동읍 일대에 분포한 온돌식 토굴 구조도(왼쪽)와 토굴 내부 모습. 집을 지을 때 땅속에 생강굴을 먼저 판 뒤 그 위에 구들장을 놓거나, 가옥을 건축한 뒤 구들장 밑으로 파 내려가는 방식으로 조성한다. 전북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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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완주 ‘봉동생강 전통농업시스템’이 국가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됐다. 봉동생강은 완주군 봉동읍에서 생산하는 지역 대표 농산물로 1000년의 유구한 재배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육즙이 많고 향이 강해 전국 최고 품질을 자랑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3일 농업유산지정자문위원회 심의와 현장 조사를 거쳐 ‘완주생강 전통농업시스템’을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전북지역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은 2017년 ‘부안 전통 양잠농업시스템’에 이어 2번째다. 전국에서는 2013년 전남 완도 청산도 ‘구들장 논’이 제1호로 지정된 이후 모두 13개로 늘었다.

‘완주생강 전통농업시스템’은 수확한 생강을 오랫동안 자연 보관할 수 있도록 땅을 파내 저장기능을 확보한 구조가 핵심으로 과학적이면서도 독창적인 점을 높게 평가했다. 저장방식으로는 온돌식 토굴, 수직 하강식, 수평 이동식 등이 있다. 현재 완주지역에는 봉동을 중심으로 온돌식 토굴 508개와 수직 강하식 초굴 336개, 수평식 토굴 21개 등 다양한 생강 저장굴 854개가 분포하고 있다.

온돌식 토굴은 집을 지을 때 땅속에 생강굴을 먼저 판 뒤 그 위에 구들장을 놓거나, 가옥을 건축한 뒤 구들장 밑으로 파 내려가는 방식으로 조성한다. 이 경우 아궁이 열로 생강굴 내 온도와 습도를 조절해 추운 겨울에도 동해와 부패로부터 종자를 잘 보존할 수 있다. 현재 봉동을 중심으로 완주 일대에서는 466개 농가가 111㏊에서 매년 1176t가량 생강을 생산하고 있으며 20%가량은 이런 방식으로 보관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수직 하강식은 생강 재배지나 인근의 땅을 5∼8m가량 파 내려간 뒤 좌우에 저장공간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수평 이동식은 이와 비슷하지만 경사지나 구릉지를 사방 1.5∼1.8m 크기로 파고 들어가는 데 차이가 있다. 두 방식 모두 온돌식 토굴보다 더 많은 양을 저장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농식품부는 국가중요농업유산에 지정된 완주에 국비 10억을 지원하며 전북도와 완주군은 4억원을 보태 농업유산의 체계적인 정비와 브랜드 가치 증진, 농가 소득증진을 위한 연계사업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국가중요농업유산은 농업인이 지역환경과 사회·풍습 등에 적응하며 오랫동안 형성해온 유·무형의 농업자원 중 보전·전승할 가치가 있는 농업유산에 대해 인정하는 제대로 2013년부터 지정해 오고 있다.

완주군 관계자는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을 계기로 봉동생강 전통농업 보존과 농업 소득 증진에 힘써 옛 명성을 회복하는 계기로 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봉동생강은 1300여년 전인 고려초 중국에 사신으로 갔던 신만석이 봉성현(鳳城顯)에서 생강 뿌리를 가져와 재배한데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진다. 생강의 원산지는 동인도와 말레이시아로 추정되며, 중국에서는 2500여년 전 사천성에서 재배했다는 기록이 있다.

신만석이 가져온 생강은 처음 중국 봉성현의 ‘봉(鳳)’자가 들어간 지역을 찾아 전남 나주 봉황지역과 황해도 봉산지역에서 시험재배했으나 실패하자 완주 봉상(현 봉동)지역에 심어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봉동생강과 전주 배를 주 원료로 한 ‘이강주(梨薑酒)’가 임금께 진상하는 조선시대 3대 명주 중 하나로 유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봉동생강은 1994년까지만 해도 재배면적 536㏊, 연간 생산량 6057t으로 국내 최대 주산지였으나, 연작장애와 값싼 중국산 수입물량 증가, 농촌 고령화 등으로 재배면적이 해마다 감소해 올해는 재배면적 111㏊, 생산량 1176t로 전국 생산량(2만1890t)의 5% 수준에 그쳤다. 반면 경북 안동, 충남 서산 등이 전국 최대 주산지로 부상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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