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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가슴으로 읽는 동시] 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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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

옜다! 싸우지 말고,

둥그런 달 반으로 갈라서

하늘에도 반쪽

호수에도 반쪽

사이좋게 나누어 주었지요.

-김갑제(1952~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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햐, 두 개의 달이 떴다. 반달 두 개가. 누군가 '둥그런 달'을 쓰윽 '반으로 갈라서' '사이좋게' 한쪽은 하늘에게, 다른 한쪽은 호수에게 준 달이다. 하나는 하늘에서 생긋 웃고, 또 하나는 호수에 잔잔하다. 전혀 때 묻지 않은 풍경! 달을 나눈다는 재치 있는 상상력이 빚은 정경이다. 두 반달이 주고받는 눈길에 하늘과 땅이 평화롭기만 하다. 싸움 내려놓고 나누며 살면 이런 정경이 되지 않을까.

담백한 시다. 동시는 이렇다. 명쾌하고 단순, 소박하다. 그 아래 가라앉힌 동심은 비할 데 없는 순수를 거느린다. 반달 밝은 하늘을 머리에 얹고, 반달로 은은한 호수 길을 밟아 가면 순수의 시간에 거주하게 되리라. 두 반달도 품으리라.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으로 시작되는 동요 ‘반달’에 이어 또 다른 예쁜 ‘반달’이 동시 마을에 둥실 떠올랐다.

[박두순 동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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