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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北, 한·미공중훈련 맹비난…“美 경솔한 행동 삼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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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이달 중순 예정된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거세게 비난하며 미국이 ‘경솔한 행동’을 삼가지 않을 경우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경고했다. 그동안 비난을 삼갔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면서 한반도와 주변 정세를 격화시키는 한·미군사연습을 실시한다면 내년 미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입장도 숨기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은 13일 북한 국무위원회가 이날 발표한 대변인 담화에서 “우리는 아무런 대가도 없이 미국 대통령이 자랑할 거리를 안겨주었으나 미국 측은 이에 아무런 상응조치도 취하지 않았으며 우리가 미국 측으로부터 받은 것이란 배신감 하나뿐”이라며 “대화상대인 우리 공화국을 과녁으로 삼고 연합공중훈련까지 강행하며 사태발전을 악화일로로 몰아넣은 미국의 분별없는 행태에 대해 더는 수수방관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연합공중훈련은 과거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한·미공군훈련으로 북한은 지난 6일에도 권정근 외무성 순회대사 담화를 통해 이에 거세게 반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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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발사 장면 보는 김정은 국방위원장.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국무위 대변인은 또 “거듭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남조선 측이 가장 예민한 시기에 반공화국 적대적 군사 연습을 강행하기로 한 결정은 인민의 분노를 더더욱 크게 증폭시키고 지금까지 발휘해온 인내력을 더는 유지할 수 없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또한 우리가 높은 인내와 아량을 가지고 연말까지 정해준 시한부도 숙고하여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들은 쌍방의 신뢰에 기초하여 합의한 6·12조미(북미)공동성명에 대한 노골적인 파기이며 세계를 크게 흥분시켰던 싱가포르 합의에 대한 전면부정”이라고 주장했다.

한·미합동군사연습 등 미국의 여전한 ‘반북행위’로 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언급한 ‘새로운 길’을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될 수 있다는 경고도 이어졌다. 대변인은 “미국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며 “조미관계의 거듭되는 악순환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미국과 남조선의 합동군사연습으로 하여 조선반도 정세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예민한 시기에 미국은 자중하여 경솔한 행동을 삼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될 수도 있는 ‘새로운 길’이 ‘미국의 앞날’에 장차 어떤 영향을 미치겠는가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정세 흐름을 바꾸지 않는다면 미국은 멀지 않아 더 큰 위협에 직면하고 고달프게 시달리며 자기들의 실책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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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연합공중훈련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 훈련이 열린 지난해 12월 6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에서 F-16 전투기들이 출격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이는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중단 등 북한이 미국과 신뢰 구축 차원에서 단행한 ‘선제적 중대조치’를 되돌릴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위한 대통령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미국 정부를 강하게 압박하겠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승리를 위해 치적으로 내세우는 핵실험이나 ICBM 발사 유예조치를 더는 유지하지 않음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낸 셈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이번 담화와 관련해 “북한이 ‘국무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북한이 주요 고위급 인사들의 담화 발표에 이어 이처럼 김정은이 위원장으로 있는 ‘국무위원회’ 이름으로까지 담화를 발표한 것은 이후 군사행동, 즉 국제사회가 크게 반발할 신형 잠수함에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등을 정당화하기 위한 명분 축적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정 본부장은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신형 잠수함에서의 SLBM 시험발사 및 비타협적인 ‘새로운 길’로 나아가는 것을 막고 북한을 다시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불러오기 위해 한·미연합훈련을 6개월 정도라도 한시적으로 잠정 중단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북한이 핵과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를 추구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북·미 간의 본격적인 협상을 내년도 미국 대선 이후로 연기하는 방안까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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