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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생생확대경]심리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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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정부가 현실을 전혀 모른다고 할 수 없지만 지나친 낙관론이 아닌가 우려됩니다.” 국내 한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의 말이다.

산업현장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에 마음을 졸이고 있지만 정부는 세계 경제 환경이나 외국과의 비교수치만으로 한국경제가 아직 괜찮다는 낙관론만 제시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2.2~2.3% 이상 달성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해외투자은행이나 국내 민간경제연구소의 전망보다 높은 수치다.

물론 작금의 상황을 모두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정부가 일부러 위기감을 조성해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위축시킬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주체들의 심리상태는 여전히 불안하기만 하다. 유사이래 위기가 아닌 적이 단 한차례도 없다고는 하지만 내년 경영계획수립은 어느 때보다 힘들다는 게 재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경제심리지수(ESI) 순환변동치는 90.6으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떨어졌다. 지난 9월(90.7) 기록이 2009년 5월 이후 최저수준이었는데 한 달만에 갱신한 것. 지난 4월부터도 ESI는 지속 하락하고 있다. 경제를 바라보는 심리상태의 불안함이 가중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국내 산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제조업의 가동률도 평균치를 하회하고 있다.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24시간 돌아갈 수밖에 없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석유화학업종을 제외하면 실제 제조업 가동률은 더 낮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중적인 모습이 더욱 산업 현장을 혼란하게 만든다고 하소연한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관료들은 산업현장을 찾아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규제개선을 위해 애쓰겠다고 하지만 정작 각 부처는 규제를 강화하는 제도 마련에 여념이 없다. 정부 고위관료들의 현장방문을 두고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고 비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닌 듯 싶다.

올해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내년 기업경영의 최대화두 중 하나인 주 52시간 근로제 문제는 해답이 보이지 않는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발표에 따르면 비교적 인력채용에 여유가 있는 300인 이상 대·중견기업도 주 52시간 근로제를 운영하면서 집중근로나 연구개발, 돌발상황에 대비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은 근로자의 휴식권을 보장해 결국 해당 기업과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데 있다. 하지만 휴식권만 보장하면서 기업이나 국가경쟁력이 낮아진다면 실패한 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국회에서도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정부가 올해처럼 처벌 유예기간만을 부여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제는 성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현장은 “잘 될 거야, 조금만 기다려봐”라는 단순한 달래기는 통하지 않는 영역이다. 조금의 ‘실기(失期)’는 생존과 직결된다. 기업이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자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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