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우크라이나 국민들 "트럼프 탄핵 정국 빨리 지나가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국민들은 젤렌스키 신뢰.. 탄핵 뉴스엔 귀닫아

러 침공이후 의존한 미 원조 끊길까 우려

뉴시스

【키예프=AP/뉴시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한 푸드코트에서 온종일 '마라톤 기자 간담회'를 열고 기자들과 얘기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지난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중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에 관한 그 어떤 압박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2019.10.10.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시스】차미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조사 청문회를 계기로 우크라이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작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이 모든 일들이 빨리 지나가버리기만을 원하고 있다고 AP통신이 13일(현지시간) 현지분위기를 전했다.

유럽연합 4개국을 한쪽에, 러시아를 다른 쪽에 두고 있는 미국 텍사스주만한 크기의 우크라이나는 구 소련 붕괴로 해방된 1991년 이래 크렘린과 미국 주도 서방국가 사이에서 밀고 당기는 싸움 속에 놓여 있다.

13일 워싱턴에서 시작된 트럼프 대통령 탄핵조사 청문회에서 드러난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전화로 정치적 뒷거래를 시도한 내용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불평등하고 괴로운 양국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지정학적인 뒷마당이자 무역 파트너, 문화와 언어상으로 깊이 밀착된 근린국가로 여긴다. 반면에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러시아 제국주의의 부활을 막는 방어벽이며 석유와 가스 송유관, 동서 무역을 보호하는 중요한 전략적 거점으로 여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정적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에 대한 수사를 압박하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가 후원하는 분리주의자들에 대항해서 싸우는 군비 4억달러의 지급을 연기하는 수단을 사용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대통령은 자기는 잘못한 게 전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재 트럼프 탄핵조사청문회에서 드러난 전화통화 건으로 러시아는 가난하고 약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시각을 바꾸어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주인이라는 오랜 의구심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 이 때문에 젤렌스키가 동부 반군의 배후인 러시아와 5년간 1만 3000명이 사망한 내전을 끝내기 위해 진행하던 정전협상에서 우크라이나의 입지가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외교관의 수장인 윌리엄 테일러 전 대리대사는 의회에서 트럼프 외교정책의 연쇄적 파급효과를 우려하며 이같이 말했다.

"러시아는 미국인들의 손으로 젤렌스키 대통령이 모욕을 당하는 것을 보기 좋아할 것이다. 사실상 유럽의 평화와 번영을 지키는 합법적인 근거, 법의 질서는 (크림반도 무력 점령 등) 러시아에 의해 무너졌다. 그런 상태는 우리 미국에도,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도, 우리가 보기 원하는 해외 정세에도 모두 악영향을 미친다" 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국회의원 일부는 미국의 정치적 분노가 원조금의 철회나 삭감으로 이어질까 두려워하는 분위기이다. 그 동안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수 십억 달러를 퍼부었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2014년 크림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무력 침략이후 미국의 원조는 가장 크고 꾸준한 동맹국의 지원이었기 때문이다.

뉴시스

【뉴욕=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9월 25일 유엔총회가 열리는 뉴욕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19.09.26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젤렌스키 자신은 미국의 탄핵조사와 거리를 두고 있다. 우크라이나 공직자들도 이 문제를 입에 올리지 않는다. 일반 국민들도 미국이나 외신 뉴스에는 TV를 끄고 무관심한 상태이다. 미국 의회에서 수없이 "부패"란 단어가 되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그게 차라리 낫다는 반응도 있다.

코미디언 출신으로 정치경험이 전혀 없는 젤렌스키를 우크라이나 국민이 올해 대통령으로 뽑은 것은 그가 오랜 부패가 경제를 망쳤다며 이의 척결을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따라서 트럼프의 탄핵 곤경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국민에게 인기가 높다.

13일 워싱턴에서 탄핵청문회가 진행되는 동안 우크라이나 국내 TV뉴스의 최대 초점은 사상 처음으로 수 년만에 국민에게 허용되는 사유지 매각 법안에 대한 의회의 공개 토론이었다.

수도 키예프 주민들은 이 법에 대해 강력한 소신들을 피력했지만, 워싱턴의 탄핵 뉴스에 관해서는 자세한 부분은 잘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세르히 레슈첸코 전 국회의원 등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워싱턴의 탄핵 뉴스에 관심을 갖고 계속 지켜보고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 국민들도 탄핵 사건과 진실의 전말을 알아야한다"면서 "지금으로선 우크라이나는 내년 미국 대선이 끝난 뒤에나 미국정부와의 정상적인 새 관계를 정립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며 우리의 불운이라는 점이 나는 서글프게 느껴진다"고 AP기자에게 말했다.

cmr@newsis.com

▶ 뉴시스 빅데이터 MSI 주가시세표 바로가기
▶ 뉴시스 SNS [페이스북] [트위터]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