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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이슈 [연재] 뉴스1 '통신One'

[통신One]"의료비 폭등 막자"…고가의료장비 제한한 제네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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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의료장비 과잉공급으로 국민의료비 부담 증가

공공의료보험 없는 스위스…의료보험비 불만 커

[편집자주]정통 민영 뉴스통신사 뉴스1이 세계 구석구석의 모습을 현장감 넘치게 전달하기 위해 해외통신원 코너를 새롭게 기획했습니다. [통신One]은 기존 뉴스1 국제부의 정통한 해외뉴스 분석에 더해 미국과 유럽 등 각국에 포진한 해외 통신원의 '살맛'나는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현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생생한 이야기, 현지 매체에서 다룬 좋은 기사 소개, 현지 한인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이슈 등을 다양한 형식의 글로 소개합니다.

뉴스1

<자료사진>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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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뉴스1) 김지아 통신원 = 스위스 제네바 칸톤(스위스의 주(州)) 정부가 의료비 관리 개선을 위해 MRI와 CT 등 고가의료장비 수급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수년째 시민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의료비 폭등에 제동을 걸겠다는 취지다.

지난 1일(현지시간) 현지매체 트리뷴드제네바는 앞으로 제네바의 모든 공립·사립병원은 MRI와 CT등의 고가의료장비를 새로 구입할 때마다 칸톤 정부의 검토를 거쳐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보도했다.

지난 1월 이 규제 법안을 제시한 제네바 칸톤의 마우로 포기아 고용·보건 담당자는 "제네바가 스위스에서 고가 의료장비가 과잉 공급된 대표적인 칸톤으로, 이로 인한 과잉진료가 의료비용의 급격한 상승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그는 "강제적인 법규를 실행하기에 앞서 의료계가 상식에 기반해 자율규제를 스스로 이루길 기대했지만 불행히도 건강과 관련된 내기의 판돈이 너무 커서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스위스는 국민의료비 지출이 매우 높은 나라다. 스위스 국내총생산(GDP) 대비 의료비 지출 비중은 2016년 기준 12.2%로 미국(17.7%)의 뒤를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 이 비중이 1960년에는 5.2%, 1980년에는 7.7%, 2000년에는 9.8%였던 것을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스위스엔 공공 의료보험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직장보험이나 피부양자라는 개념도 없다. 개인마다 각자 의무적으로 민간 의료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전체 의료비에서 개인 부담 비율이 65%나 되고, 나머지 35% 중 정부가 29%, 보험회사가 6%를 각각 부담한다. 의료비 지출이 늘어날수록 시민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의료보험료는 각 보험회사나 가입한 옵션에 따라 다양하지만 아이 1명이 포함된 가정에서는 한 달에 우리 돈으로 최소 100만원가량 지출한다. 의료보험료를 내지 못해 파산했다거나, 외국인이 의료보험료 연체로 쫓겨났다는 풍문이 돌 정도로 의료비 증가에 대한 시민들 불만이 크다. 스위스에서 매년 보험료 상승이 뉴스거리가 되는 이유다.

이에 따라 제네바에 인접한 불어권 스위스의 여러 칸톤들은 이미 2016년부터 고가 의료장비 수급 조절을 위한 규제를 실행해왔다. 이번에 제네바 칸톤에서도 이 같은 흐름에 동참, 규제 시행을 발표했지만 사립 병원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규제에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정확하고 빠른 진단을 내릴 수 있는 방법을 가로막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새로운 장비 구입을 막으면 낡은 의료장비를 이용할 수밖에 없고 진단이 쉽지 않아서 환자들만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첨단의료장비를 통해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한 대표적인 질환 중에는 유방암이 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스위스 인구 100만명 당 고가 의료기구 보급대수 중 MRI는 23.3대, CT는 39대로, 유럽연합(EU) 평균을 크게 상회한다. 한국도 MRI 29.1대, CT 38.2대로 높은 편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OECD 보건의료 보고서는 "고가 의료장비의 인구당 이상적인 대수는 존재하지 않으며, 이들 고가 의료장비가 부적절하고 과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증거가 많은 국가에서 나타난다"고 밝히고 있다.
jiakim.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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