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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미군 복무했는데도 시민 아니라니" 한국계 입양아의 미 의회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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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리아 엘름퀴스트가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연방 하원 의원회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합법적으로 입양돼 미국으로 건너왔지만 시민권을 갖지 못한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하고 있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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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워싱턴 연방 하원 의원회관인 롱워스 빌딩 5층 1539호실. 군복을 입은 리아 엘름퀴스트가 합법적으로 입양됐으나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한 이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법안 발의를 축하는 행사에 모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었다.

“나는 1982년 한국에서 태어나 버려진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생후 4개월 때 미국으로 건너와 네브라스카주의 미국인 부부에게 입양됐습니다. 안타깝게도 양부모는 나를 입양한 직후 이혼했고, 나의 귀화 절차는 마무리되지 못했습니다.”

그는 10대 시절 자신에게 시민권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대수롭지 않게 지냈다고 했다. 멕시코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대학 졸업 후 미 해군에 입대한 그는 2007년 자신이 속한 부대가 이라크로 파견 명령을 받았을 때 비밀취급인가를 신청했지만 거부당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군 복무를 계속하면서 시민권을 취득하려고 했으나 2012년 다쳐 제대를 하게 되면서 이마저도 마무리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나는 영광과 용기, 헌신을 가지고 조국의 해군 전투부대에 자랑스럽게 복무한다”는 미 해군의 신조를 거론하며 자신이 10년 동안 미국에 쏟은 헌신이 입양인에 대한 미국의 헌신보다 훨씬 깊다고 강조했다. 엘름퀴스트처럼 영주권은 있지만 시민권이 없는 입양인들은 미국 여권을 발급받지 못하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자그마한 잘못에도 추방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안고 살아가야 한다.

미국에선 엘름퀴스트처럼 양부모의 부주의와 무지, 또는 고의로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한 입양인 사례가 일찌감치 조명되면서 2000년 양부모 중 한사람이라도 미국 시민일 경우 입양된 이에게 자동적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아동시민권법’이 제정됐다. 하지만 이 법은 18세 미만 아동이 대상이었다. 엘름퀴스트는 이 법이 시행되던 시점 18세에서 6개월을 넘긴 상황이었다.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와 홀트아동복지회, 입양인권익캠페인(ARC)를 주축으로 20여개 단체가 모여 이날 발족한 ‘입양인 평등을 위한 전국연대’(이하 전국연대)에 따르면 1945∼1998년 미국으로 입양됐지만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한 입양인들이 2만5000명에서 4만9000명으로 추산된다.

민주당 애덤 스미스 하원 국방위원장과 공화당 롭 우달 의원은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입양인 시민권법’을 지난 5월 대표 발의했다. 이 법은 합법적으로 입양된 이의 양부모 중 한사람이라도 미국 시민일 경우 나이에 상관없이 자동적으로 미국 시민권을 부여하며, 소급적용도 허용했다. 스미스 국방위원장과 우달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그레이스 멩·호아킨 카스트로 의원은 행사장을 찾아 입양인 시민권법의 제정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송원석 KAGC 사무국장은 “2016년에도 관련 법이 발의됐지만 이 문제를 이민문제로 보는 강경한 보수 공화당 의원들의 지지를 얻지 못해 통과되지 못했다”면서 “이번에는 민주당 의원들뿐 아니라 앤디 빅스·케리 팔머 등 공화당 중진들을 비롯해 다수의 공화당 의원들도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어 어느 때보다 법안 통과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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