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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자치발언대] 균형발전 고려하는 2단계 재정분권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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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발전 고려하는 2단계 재정분권 추진 절실

경향신문

오병기 광주전남연구원 기획경영실장


최근 통계청은 올해 하반기에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인구가 전국의 50%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하였다. 지역내총생산(GRDP) 비중은 이미 2017년도에 수도권이 50.3%로 전국의 절반을 넘어섰다. 국토 면적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적, 물적 자원이 갈수록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수도권 과밀화에 인구 감소 문제까지 겹치면서 지방소멸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지방소멸은 일부 지역만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의 위기로 직결된다. 지역간 균형발전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정부에서는 지역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지방재정 자립을 위한 강력한 재정분권’을 중요한 국정과제 중 하나로 제시하였다. 현재 76:24 수준인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을 7:3을 거쳐 최종적으로 6:4까지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우선 2020년까지 지방소비세를 10%p 인상해 지방재정에 8.5조원을 확충하기로 했다.

그런데 지방소비세 인상분 8.5조원에는 지방이양되는 균형발전특별회계(이하 균특회계) 3.6조원과 부가가치세를 지방소비세로 전환함에 따라 감소하게 되는 보통교부세 1.6조원이 포함되어 있다. 실질적으로 지방에 돌아가는 순증액은 3.3조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농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지원해온 균특회계를 지방이양 하면서 재원은 3년간만 한시적으로 보전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균특회계 보전 기한이 종료되면 이양재원 3.6조원은 소비지수 가중치를 적용해 17개 시도에 배분하게 된다.

이는 낙후지역 개발에 사용되던 재원을 수도권으로 배분해주는 결과를 가져온다. ‘18년 기준으로 수도권 3개 시·도의 균특회계 점유율은 12% 정도지만, 소비지수 가중치의 경우는 30%에 달한다. 비수도권에 지원되던 균특회계 이양사업 재원 6,500억원이 수도권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04년에 도입된 균특회계는 19개 국가 특별회계 중 하나다. 기존에 국고보조사업으로 지원되던 농어촌 및 낙후지역 개발 사업을 포괄보조사업으로 묶고, 포괄예산 한도 내에서 지역의 특성에 따라 자율적으로 편성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농업기반, 어업기반, 일반농산어촌개발, 상수도시설 확충 및 관리, 관광자원 개발 등 낙후지역 개발에 필요한 사업들이 포함되어 있다. 당연히 농어촌 및 산과 바다가 많은 비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재원이 배분됐고 균형발전재원으로 핵심적인 사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균특회계를 지방이양하면서 재원은 3년간만 한시보전하게 되면, 재정력이 낮은 비수도권 자치단체는 대부분의 이양 사업을 중단 또는 축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처럼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재정분권 추진방안이 나오게 된 이유는, 정부가 국세 대 지방세 비율개선에만 매달려 역대 정부의 재정분권과 달리 낙후지역을 배려한 조정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데 있다.

노무현 정부는 균특회계와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해 농어촌지역을 배려했고, 이명박 정부때는 지방소비세를 도입하면서 도시지역에 재원이 집중되는 것을 완화하기 위해 수도권, 광역시, 도 단위 광역단체를 구분해 1:2:3 가중치를 부여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취득세 감면분을 지방소비세로 대체하면서 재정이 취약한 지역을 위해 지방교부세 감소분을 별도로 보전했다.

유독 이번에 발표된 1단계 재정분권 추진방안에만 지역간 재정격차 해소를 위한 방안이 전무하다. 균형발전을 목표로 추진한 재정분권이 오히려 지자체간 부익부 빈익빈을 초래하고, 지역간 격차를 더욱 크게 만드는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크게 우려된다.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을 7:3으로 맞추기 위해 ’21년부터 2단계 재정분권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균형발전이 실종된 1단계 추진방안을 보면서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선다.

정부에서 목표로 하고 있는 재정분권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국세 대 지방세 비율개선에만 매달려서는 안된다. 지역 간 균형발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지방의 자주재원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재정분권 목표의식을 확고히 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지방의 중요한 자주재원이면서 재정형평화 기능도 갖고 있는 지방교부세를 대폭 확대하고, 현재 수도권, 광역시, 도 단위 광역단체의 3단계로 설정돼 있는 지방소비세 배분 방식도 각 지자체의 재정력과 낙후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17단계로 세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정조정제도 측면에서는 고려해볼만한 주장이다.

지난 6월에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저수준인 0.91명으로 떨어졌다. 다양한 원인이 있겠으나 수도권 과밀화에 따른 악영향도 매우 크다. 더 이상 말뿐인 구호에 그치지 말고 국가 균형발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아이를 낳고 싶은 행복한 나라, 더불어 잘사는 포용국가 건설을 위해 정부의 전향적인 재정분권 추진방안을 기대해 본다.

오병기 광주전남연구원 기획경영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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