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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거미가 줄을 뽑고 있는 거미집에서 공생을 배운 작가 토마스 사라세노는 생명체들이 공존하는 구름 도시를 꿈꾼다.
어둠 속에서 노란 무당거미가 부지런히 집을 짓고 있었다. 조명을 받자 거미집은 흉물이 아니라 섬세하고 아름다운 구조물로 다가왔다. 거미 한 마리가 1주일 지은 후 다른 두 마리가 2~3주일에 걸쳐 줄을 뽑아낸 합작품 'Arachno Concert(거미 콘서트)'다. 무대 주인공인 거미, 우주의 기원인 먼지, 관객들의 숨소리가 어우러져 생명의 앙상블을 이루는 게 목표다.
서울 갤러리현대 전시장 2층에 거미를 데려온 작가는 아르헨티나 출신 토마스 사라세노(46)다. 그는 "다양한 종류의 거미들이 힘을 합친 하이브리드 네트워크다. 내 작업 협력자이자 우리에게 해를 끼치지 않은 거미 등 곤충과 더불어 사는 공생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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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부터 12월 8일까지 무당거미는 먹지 않고 집만 짓는다. 동물 학대 가능성에 대해 사라세노는 "한 달 동안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다"고 답했다. '거미 콘서트'는 자연과 기계의 조화물이기도 하다. 전시장 상단에 설치한 카메라는 움직이는 먼지 입자 위치와 속도를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조명 하단 스피커는 이를 음악으로 변형한다. 이 주파수가 거미망에 울려 퍼지고, 거미는 입자의 움직임을 증폭한다. "열한 살 때부터 이 작품이 시작됐다. 아르헨티나 할머니 집 창문에 매달린 거미집에서 먼지가 부유하는 게 우주 같았다. 세계가 뒤바뀌어 보이고, 인간이 아닌 존재들과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독일 베를린 작업실에서 거미 150여 마리를 키우는 작가는 '미술계 스파이더맨'으로 불린다. 거미집을 작품으로 만들 뿐만 아니라 여기서 받은 영감을 각종 설치 작품으로 풀어내기 때문이다. "120년 된 스튜디오여서 워낙 거미가 많다. 내가 그들과 협력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나와 협력해주는 것이다. 거미는 1억6000년 이상 살아와서 나보다 더 지구를 잘 알 것 같다. 거미의 관점에서 작품을 보려고 한다. 거미는 눈이 없어 우리와 다르게 진동으로 세상을 감지한다."
거미를 존중하는 그에게 "혹시 거미가 되고 싶으냐"고 묻자 "물론"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거미 공포증을 가진 사람들이 전혀 해롭지 않는데도 거미를 박멸하는 게 안타깝다. 지금 기후변화로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
생명체들이 공존하는 유토피아를 꿈꾸는 작가는 태양열로 살 수 있는 주거지를 작품에 담아왔다. 이번 개인전에도 남산타워, 롯데월드타워, 63빌딩 등 서울을 배경으로 공중에 떠 있는 구름 형태 주택을 펼친 작품 'Seoul/Cloud Cities(서울/구름 도시)'를 벽면에 붙였다. 그 앞에는 구름을 닮은 육면체 구조물들을 매달아놨다. 구름처럼 자유롭게 이주하고, 재결합하고, 동시에 거주까지 가능한 메트로폴리스의 이상향이다.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도 이와 비슷한 형태의 작품을 선보였다. 건축을 전공한 작가는 "거미집처럼 생태계에 피해를 끼치지 않은 대안 도시를 연구해왔다. 화석연료를 태워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비행기를 타는 게 싫어서 한국에 올지 망설였다. 내 작품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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