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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기고] 국회는 홍콩시위에 답하라 / 임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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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임채원ㅣ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

홍콩에서 저질러지고 있는 국가폭력을 아시아의 양심 세력이 모여 멈추게 해야 한다.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홍콩 민주화에 대한 적극적 지지를 해야 한다. 10월5일 복면금지법 시행으로 홍콩은 혼돈의 도가니로 빠져들었다. 지난 11일에는 시위 도중 경찰의 조준사격으로 한 청년의 생명이 위독한 상황에 빠져 있다. 홍콩 민주화 활동가들은 지금 그들의 상황을 80년 광주와 같다고 말한다. 홍콩 민간인권전선 부의장 라이얀호는 한국을 방문해서, 한국 시민사회와 정치권이 홍콩 민주화를 지지해줄 것을 요청했다.

나는 8월 이후 홍콩 민주주의를 지지하고 응원하기 위해 4차례 홍콩 시위에 참가했다. 9월10일에는 민간인권전선의 소집자인 지미 샴과 2시간에 걸쳐 홍콩과 아시아 민주주의를 주제로 대담을 했다. 그는 홍콩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독립이 아니라, 자치라고 했다. 홍콩은 보통선거제도의 오래된 전통이 있고, 시민들이 스스로의 리더십을 투표를 통해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에 200만명의 홍콩 시민들이 시위에 참여했고, 민간인권전선을 시작으로 5개의 요구를 말하면서 처음으로 행정장관 직선제를 주장했다. 이것은 자유주의적 전통을 가진 홍콩인에게는 공기와 물 같은 것이다.

10월5일 주말 동안 홍콩에서는 전철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홍콩 집회·시위에서 안전문제로 전철 운행이 중단된 것은 처음이다. 시민적 동의 없이 긴급권으로 발효된 복면금지법은 사실상 홍콩에 계엄 선포를 의미한다. 지난주부터 사태는 더 악화되어 준전시 상황인 것처럼 국가폭력이 심해지고 있다.

홍콩 중심가에서 벗어난 타이포 지역에는 이번 홍콩 시위를 상징하는 레넌 벽이 있다. 이 벽면에 붙어 있는 포스트잇들은 홍콩 시민이 무엇을 염원하는지 선명하게 말해준다. 영국 가수 존 레넌이 그의 노래 ‘이매진’에서 ‘나는 꿈꾸는 사람이다’라고 했던 것처럼, 지금 시민들은 홍콩의 미래에 대한 꿈을 이 벽면에 붙이고 있다. 그들의 요구는 ‘홍콩의 자치’다. 그 염원으로 6월9일에는 103만명, 6월16일에는 200만명에 이르는 시민들이 모였던 것이다. 홍콩 인구가 740만명이니, 4명 중 1명은 시위에 참여한 셈이다. 이어 두달 뒤 8월18일에는 빅토리아 공원과 거리에서 170만명이 ‘광복홍콩, 시대혁명’을 외쳤다. 그러나 타이포 지역 레넌 벽마저 지금은 훼손된 상태다.

지금 홍콩의 인권과 민주주의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 경찰의 불법적인 국가폭력뿐만 아니라, 갱단에 의한 백색테러가 도를 넘고 있다. 홍콩은 지금 역사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8월까지는 한국의 2016년 촛불집회 같은 평화로운 시위였다가, 9월4일 송환법 철회 이후 경찰의 탄압이 심해지면서 87년 민주화 시기와 같이 최루탄과 화염병이 난무하게 됐다. 10월5일 이후 사실상 계엄 상태 아래에서는 80년 광주와 같은 혼돈의 도가니가 되고 있다.

홍콩의 민주화 활동가들은 한국 민주화 세력, 특히 국회의원들이 홍콩 시위를 공개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여러 차례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은 지나치게 시진핑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다. 미국 의회의 홍콩인권민주주의법에서 볼 수 있듯이, 대통령과 달리 의원들은 좀 더 자율적으로 홍콩의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해 대답할 수 있다. 대통령은 외교 현안에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의원들은 좀 더 적극적으로 홍콩 민주화에 대해 지지 의견을 밝혀야 한다. 이제 홍콩 민주화에 대해 국회의원들이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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