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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라인'에 러브콜…손정의의 빅피처는 일본판 '알리바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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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결제 '페이페이' 주축으로 야후 생태계 구축

라인과의 경영통합…가장 큰 적이 아군으로

이데일리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이 6일 도쿄에서 소프트뱅크 그룹 결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 AF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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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야후가 움직였다”

일본 검색포털 사이트 야후재팬이 지난 9월 ‘조조타운’(ZOZOTOWN)을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놓고 일본 언론들은 이렇게 평했다. 일본 최대 패션 전자상거래(EC) 사이트라고 해도 조조타운의 2018년 기준 연간 매출은 3113억엔, 영업이익은 256억엔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조조타운을 매입하기 위해 야후재팬이 쓴 돈은 4007억엔. 우리 돈으로는 4조 3153억원에 달했다.

이후 10월 10일 일본 금융지수회사 SBI홀딩스와의 금융사업 포괄제휴, 10월 16일 프리미어쇼핑몰 ‘페이페이몰’ 개점, 11월 1일부터 시작된 최대 20% 환원 이벤트, 그리고 14일 라인과의 공동출자회사 설립까지 ‘노쇠한’ 일본의 인터넷 거인이었던 야후 재팬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목표는 일본판 ‘알리바바’다.

◇검색 포털서 ‘신유통’ 플랫폼으로 변신

야후 재팬은 일본의 인터넷 역사와 궤를 같이하는 회사다. 1996년 인터넷 초창기 시절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이 미국에서 들여와 일본의 인터넷 산업과 함께 성장, 명실상부한 일본 최대 검색 포털 사이트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같은 명성은 과거의 영광일 뿐, 라쿠텐(樂天)·메루카리·아마존·구글·페이스북 등 국내외 유수 인터넷 기업에 비해 혁신성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야후 재팬은 막대한 자금력과 모회사 소프트뱅크 그룹의 든든한 지원을 바탕으로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잇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그야말로 마윈 전 알리바바 회장이 주창한 ‘신유통’이다.

알리바바가 ‘알리페이’라는 지급결제 시스템을 통해 12억 사용자들을 쇼핑·메신저·엔터테인먼트·금융 등을 아우르는 ‘알리바바 생태계’에 묶어두는 데 성공했다면 야후 재팬이 보고 있는 것은 지난달 10월 런칭한 간편결제 시스템 ‘페이페이’(paypay)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현금 선호’ 성향이 강한 사회이지만 지난 10월 소비세 인상을 계기로 분위기가 급속도로 전환하고 있다. 일본정부가 간편결제·신용카드 등을 사용해 비(非)현금 결제를 하면 소비세 인상분(2%포인트)를 포인트로 돌려주는 등 캐시리스(cashless)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페이페이의 결제횟수는 7~9월 9612만건에 달해 지난 1~3월(2160만건)보다 4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소프트뱅크 그룹은 초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전사 차원에서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당초 야후 재팬만으로 추진하려고 했던 페이페이에 제동을 걸고 야후 재팬·소프트뱅크 공동 운영으로 추진한 것도 손 회장이다. 페이페이는 야후 재팬만이 아닌 소프트뱅크 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이라는 의미에서다. 소프트뱅크 한 고위 임원은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손 회장이 야후 재팬을 중심으로 일본에서 ‘알리바바’를 실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알리바바 모델로 ‘야후 생태계’ 구축

소프트뱅크가 추진하고 있는 것은 결제시스템부터 쇼핑·엔터테인먼트·금융까지 생활 전반에 관여한 서비스를 ‘야후 생태계’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야후 재팬은 지난 1일부터 페이페이를 통해 결제하면 자사 쇼핑몰인 ‘페이페이몰’ 구매금액의 최대 20%를 페이페이 잔액으로 돌려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소요되는 비용은 무려 100억엔(1075억원)이다.

엄청난 지출을 감당하면서까지 마케팅에 힘을 쏟는 이유는 자사 쇼핑몰에 대한 인식을 재고하고 페이페이 사용자를 늘리기 위해서다. 조사회사인 닐슨 디지털에 따르면 야후 쇼핑몰의 이용자는 2900만명으로 아마존재팬의 5000만명이나 라쿠텐의 4800만명과의 격차가 크다. 게다가 야후 쇼핑의 주 이용자 연령대는 40대로 확장성의 한계가 뚜렷하다.

이런 상황에서 야후 재팬은 지난달 26일 자사가 내세운 일정 기준을 충족한 점포만 입점할 수 있는 페이페이몰을 개점했다. 알리바바의 ‘T몰’과 유사하다. 4007억엔을 주고 인수한 조조타운도 여기에 입점했다. 경쟁업체인 아마존재팬과 라쿠텐과의 차별성을 꾀하고 초대형 이벤트를 통해 결제수단을 페이페이로 유도하려는 의도다.

지난 10월에는 일본 금융지주회사인 SBI홀딩스와의 금융사업에서의 포괄업무제휴를 맺었다. 이날 발표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페이페이가 야후와 SBI홀딩스의 금융상품을 잇는 중계 플랫폼으로 활용될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게다가 SBI홀딩스는 원래 소프트뱅크 투자부문에서 독립해 탄생한 회사. 다카무라 마사토 SBI홀딩스 사장도 “원래부터 가까운 관계이기도 하고 제휴 관계가 확대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라인과의 경영 통합은 야후 재팬에게는 천군만마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가장 큰 경쟁자를 제거하면서 동시에 고객층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상에 밀접하게 관련된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독점하고 있는 라인을 통해 야후 재팬에선 부족했던 메신저 수단을 강화하게 됐다.

라인페이의 등록자 수는 3700만명으로 페이페이의 등록자 1900만명을 웃돈다. 이용률은 페이페이가 앞서지만, 8200만명의 등록자 수를 가지고 있는 라인이 향후 성장 잠재력이 더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출혈을 감수하면서 고비용 마케팅을 지속하고 있는 페이페이에 비해 라인페이는 먼저 수익성 중시로 돌아섰다. 지난 7~9월 실적발표에서 라인의 영업적자는 139억엔으로 4~6월(234억엔)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적자에도 다음날 라인 주가는 4% 가까이 올랐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아군으로 바뀌면서 야후 재팬 역시 마케팅에 소요되던 마케팅 비용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길이 열리게 됐다. 사쿠마 야스오 리브라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닛케이에 “업계 1, 2위를 다투는 두 회사가 경영 통합을 하면 기술적인 부분에서의 향상은 물론 경영자원의 최적화를 기대할 수 있다”며 “절감한 비용을 새로운 사업으로 돌리면서 성장 기대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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