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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SK이노에 조기패소 판결 내려달라” LG화학, ITC에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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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쪽 관련 자료 삭제 지시 메일 등 증거자료 공개

“은밀하게 자체 포렌식 진행, 엘지 쪽 전문가 참관 등 배제”

SK이노 “여론전일뿐, 당당하게 소송에 임하겠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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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비밀침해’로 지난 4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에스케이(SK) 이노베이션을 제소한 엘지(LG)화학이 아이티시쪽에 에스케이 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판결 등의 제재를 요청했다. 에스케이 이노베이션의 결정적 약점을 확보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반면 에스케이 쪽은 엘지화학의 여론전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두 회사는 영업비밀침해, 특허침해 등으로 국내외에서 소송난타전을 벌이는 중이다.

13일(현지시각) 아이티시는 엘지화학이 제출한 67쪽 분량의 요청서와 94개 증거목록을 누리집에 공개했다. 요청서를 보면, 엘지화학은 “에스케이 이노베이션이 증거보존 의미를 무시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증거인멸 행위와 아이티시의 포렌식 명령을 준수하지 않는 법정모독 행위를 했다”며 “‘조기 패소 판결을 내리거나 에스케이 이노베이션이 엘지화학의 영업비밀을 탈취해 연구개발, 생산, 마케팅 등에 사용했다는 사실을 인정해달라”고 주장했다. 엘지화학 쪽 요청에 따라 조기 패소판결이 내려지면 내년 6월로 예정된 예비판결 절차를 건너뛰고 최종 판결(애초 10월 예정) 일정도 당기게 된다.

엘지화학은 이런 강수를 둔 근거를 에스케이 이노베이션이 미국 특유의 증거개시(디스커버리) 절차에 따라 엘지화학에 제공한 자료에서 찾았다고 말했다. 증거개시 절차는 소송 상대방에게 반대편이 특정한 자료를 요청하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제공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 자료를 보면, ‘경쟁사 자료는 모두 최대한 빨리 삭제할 것’을 지시하는 에스케이 이노베이션 쪽 사내 메일이 눈길을 끈다. 또 엘지화학은 에스케이 이노베이션이 아이티시 포렌식 명령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폈는데, 이 역시 이 자료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지난 10월3일 아이티시는 ‘엘지화학 소유의 정보가 발견될 것으로 추정되는 삭제된 980개 파일’ 및 ‘엘지화학 소송과 관련 있는 모든 정보’를 복구하라고 명령했는데 3만여 개의 다른 관련 파일을 은밀하게 자체 포렌식 해온 게 직원 증인 조사에서 드러났다는 내용이다. 또 포렌식 과정에서 엘지화학 쪽 전문가도 참관해야 한다는 아이티시 명령도 지키지 않은 사실도 이 자료에 담겼다. 이메일 전송과 사내 컨퍼런스 등을 통해 엘지화학 영업비밀을 관련 부서에 조직적으로 전파해왔다고도 요청서에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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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시에서 최종판결이 내려지면 패소한 기업의 제품은 미국 수출이 금지된다. 또 아이티시쪽 판결을 근거로 승소 기업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엘지화학은 아이티시와 에스케이 이노베이션 미국 법인 본사가 있는 델라웨어주 연방법원에 함께 소송을 건 상태다.

엘지화학 관계자는 “(드러난 증거로 확인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더는 미룰 수 없어 강력한 법적 제재(조기 패소 결정)를 요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다만 엘지화학 쪽은 에스케이 이노베이션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합의 가능성도 열어놓겠다는 입장이다. 아이티시는 불필요한 소송을 막고 합의를 유도하기 위해 증거개시 절차도 운영하고 있다. 증거물과 증인들을 공개해 승산이 낮은 쪽이 합의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증거를 은폐하면 패소 확률이 높아진다.

14일 에스케이 이노베이션은 “여론전에 의지해 소송을 유리하게 만들어가고자 하는 경쟁사와 달리 소송에 정정당당하고 충실하게 대응 중이다”라고 짧은 입장문을 냈다. 에스케이 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추가 포렌식에 대한 아이티시쪽 결정이 다음주에 날 것”이라며 “결정에 따라 절차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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