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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사설] 조국 전 장관 소환, ‘실체적 진실’ 가리는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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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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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검찰에 사실상 ‘피의자’ 신분으로 비공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장관직에서 물러난 지 한달, 검찰이 대규모 압수수색을 하며 수사를 본격화한 지 79일 만이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아내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혐의에 상당 부분 연루돼 있다고 보고 추궁했지만, 조 전 장관은 아예 묵비권을 행사했다고 한다. 법에 정해진 당연한 피의자 권리이긴 하나 최근까지 법무부 장관을 지낸 사람으로서 수사 절차에 응해 실체적 진실 규명에 적극 나서지 않은 것은 아쉽다. 조 전 장관은 “거론되는 혐의 전체가 사실과 다른 상황에서 일일이 답변하고 해명하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는데, 결국 실체적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경심 교수를 15가지 혐의로 기소한 검찰은 그동안 조 전 장관과의 연결고리를 찾는 데 집중해왔다. 정 교수의 차명투자 혐의와 관련해선 조 전 장관이 이를 알았다면 공직자윤리법 위반, 나아가 뇌물죄 적용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2차 전지 업체인 더블유에프엠(WFM) 주식을 차명 매입하는 과정에 청와대 근처 현금인출기에서 수천만원이 송금됐다고 하는데, 조 전 장관은 ‘부인의 투자를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어 검찰이 혐의를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 밖에 딸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 의혹 및 자녀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증명서 작성과 정 교수의 증거인멸 의혹에 대한 조 전 장관 관여 여부도 마찬가지로 검찰의 후속 조처가 관건이다.

검찰개혁을 제1의 공약이다시피 내세워온 ‘문재인 청와대’의 민정수석 출신에다 직전 법무부 장관이었던 조 전 장관의 검찰 소환은 현 정부와 검찰 모두에 여러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문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조국 사태’에 사과하긴 했으나 그간의 국정운영 방식, 특히 검찰개혁과 관련해선 깊은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 검찰 역시 국회와 언론의 검증 국면에 뛰어든 이례적 수사로 대통령 인사권과 국회의 장관인준 절차 개입이라는 비판, 그리고 검찰개혁에 대한 반발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또 정 교수에게 적용한 혐의의 가짓수는 많지만 아직까지는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소 이후 정 교수 쪽은 ‘동의할 수 없는 그림이 그려졌다’고 반발하고 있는데, 검찰은 ‘의혹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인 조 전 장관 수사가 더이상 소모적인 논쟁으로 이어지지 않고 법적 논란을 가라앉히는 계기가 되도록 부끄러움 없는 수사를 하기 바란다. 특히 이번 수사 결과가 검찰개혁 추진에 지장을 주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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